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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팔아서 갚아라” 군대 후임에게 8000만원 가로챈 ‘일진’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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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팔아서 갚아라” 군대 후임에게 8000만원 가로챈 ‘일진’ 구속

입력
2018.11.22 14:04
수정
2018.11.22 21:17
11면
0 0
[저작권 한국일보]장기매매협박삽화-박구원기자 /2018-11-2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장기매매협박삽화-박구원기자 /2018-11-22(한국일보)

2011년 1월 제주의 한 해병대대에서 군생활을 하던 손모(28)씨 앞에 눈에 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손씨의 동창은 아니지만 큰 덩치와 ‘일진’ 행각으로 충북 청주시 한 동네에서 악명을 날린 최모(28)씨였다. 선임을 폭행해 전출됐다는 최씨는 후임이 된 손씨에게 군생활 내내 과거 폭행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았다. 최씨는 손씨에게 ‘공포의 대상’이 돼갔다.

2012년 큰 문제 없이 군생활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함께 지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별다른 직장이나 소득이 없던 최씨는 손씨에게 ‘없는 빚’을 만들어 갚으라고 강요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 최씨의 타투 기계를 분실하자 손씨에게 “네가 잃어버렸으니 1,000만원을 갚으라”고 했고, “내기 당기에서 졌으니 1,000만원을 갚으라”는 등 허무맹랑한 요구를 해댔다. 손씨는 두려운 마음에 고리를 부담해야 하는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면서까지 요구한 돈을 모두 줬다.

최씨의 만행은 계속됐다. 이듬해 4월 “신장은 하나가 없어도 살 수 있다. 신장 하나를 팔면 1억원이 나오니 5,000만원을 내게 주고 남는 돈을 가지라”고 협박한 것. 손씨는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붙어있는 신장매매 스티커를 보고 실제 신장 판매를 시도했다. 다행히 브로커와 연락이 닿지 않아 실패했다.

이후로도 손씨는 하루 3시간씩 자면서 건설현장 노동으로 번 돈 80% 이상을 최씨에게 바치는 생활을 이어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1년 뒤 고향 청주로 몸을 피한 손씨를 쫓아가 최씨는 3,000만원을 뜯어냈고, 지난해 말 “너를 찾느라 들어간 돈 3,000만원을 갚아라” “안 갚으면 부모님, 여자친구도 찾아가겠다”고 협박, 또 돈을 받아냈다. 손씨는 올해 초 최씨가 1,600만원을 달라고 하자 더는 참지 못하고 지난달 최씨를 고소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김명수)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손씨에게 허위 채무를 부담하게 해 총 8,333만원을 가로챈 혐의(공갈)로 최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손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피해자지원센터에 상담과 의료 지원 등을 의뢰할 방침이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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