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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번역] 자기 분야에서 괜찮은 책 찾아내 번역 ‘전문가 번역자’ 눈에 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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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번역] 자기 분야에서 괜찮은 책 찾아내 번역 ‘전문가 번역자’ 눈에 띄어

입력
2018.11.23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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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드러진 건 ‘전문가 번역자’의 존재였다. 제 나름대로 파고드는 영역이 따로 있는 전문가가 자기 분야에서 괜찮은 책을 찾아 번역해내는 경우다. 경제학자 홍기빈이 ‘카를 마르크스’ 평전을 소개하고, 철학자이자 시인인 전대호가 ‘나는 뇌가 아니다’를 번역, 소개하는 방식이다. ‘카를 마르크스’는 마르크스 출생 200주년을 맞아 마르크스 신화 깨기 작업이라는 점에서, ‘나는 뇌가 아니다’는 두뇌 작용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만 환원하는 경향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우리 시장이 소화해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누락되곤 하는 책을,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 찾아내고 소개해주는 노력이 좋다”는 호평이었다. 번역서를 선보이고 있는 소설가 배수아에 대해서는 품질은 좋으나, 이미 많이 번역된 것의 재번역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평이었다. ‘번역 전문가’로서는 단연 노승영이 거론됐다. 의아하다 싶으면 원저자에게 반드시 확인하는 성실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계몽주의 2.0

조지프 히스 지음ㆍ김승진 옮김ㆍ이마 발행

합리성에 기반을 둔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오늘날 정치는 이념이나 철학이 아닌 빠른 속도와 과잉 정보, 감정에 호소하는 메시지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의존해 정치적 선택을 한다. 저자는 이러한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성과 계몽주의의 부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만, 저자가 주장하는 계몽주의는 1세대 계몽주의를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한 ‘계몽주의 2.0’이다. 속도와 효율의 유혹에서 벗어나 이성과 토론을 거친 느린 정치, 집합행동에 의한 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백래시

수전 팔루디 지음ㆍ황성원 옮김ㆍ아르테 발행

1991년 출간된 수전 팔루디의 데뷔작으로, 이 한국어판은 2006년 출간된 15주년 기념판을 판본으로 삼고 있다. 저자는 여성의 권리 신장을 저지하려는 반동 메커니즘에 ‘백래시(backlashㆍ반격)’라는 이름을 붙이고 정치∙사회적 역풍을 해석함으로써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이 시대적 산물인 동시에 보편적 현상이라는 통찰을 제시한다. 백래시란, 사회 변화로 인해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불특정 다수가 강한 정서적 반응과 함께 변화에 반발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 책의 출간 후 페미니스트 사전에서 주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카를 마르크스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지음ㆍ홍기빈 옮김ㆍ아르테 발행

마르크스의 생애를 역사가의 시선으로 추적해 인간 마르크스의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19세기는 양립할 수 없는 지적 도전으로 가득했다. 저자는 당시 풍경을 세밀하게 서술함으로써 마르크스가 처했던 환경과 그 사상의 발전을 이해하게 한다. 당시 칸트, 헤겔, 그리고 여타 학자들은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고 이는 폭발적인 영향력을 가졌다. 마르크스는 그 철학자들의 관념을 바꾸고 그것을 사상에 활용했다. 책의 끝에는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자 번역자인 홍기빈의 해제를 실어 마르크스의 삶과 사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쟁의 재발견

마이클 스티븐슨 지음ㆍ조행복 옮김ㆍ교양인 발행

전쟁터에서 피를 쏟으며 죽어 간 병사들의 이야기. 이제까지의 전쟁사는 전략과 전술의 승패를 조망하는 ‘위로부터의 역사’였다. 저자는 참혹한 전장 속에서 직접 적군과 싸운 병사들의 처절한 생존과 죽음을 그리며 ‘밑에서 본 역사’를 이야기한다. 병사들은 전장에서 어떻게 싸웠는가? 어떤 문화와 전략이 그들을 전장으로 이끌었는가? 어떤 무기로 치명적인 죽음에 이르렀는가? 죽음의 위험에 직면하여 무엇을 느꼈는가? 그들은 무엇에 의지했는가? 자신의 살인 행위에 죄책감을 느꼈는가? 역사의 주변부에 머물던 병사들의 경험과 감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나는 뇌가 아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ㆍ전대호 옮김ㆍ열린책들 발행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기인식의 물음은 오늘날 신경과학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우리의 뇌’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저자는 우리를 뇌와 동일시하는 주장에 맞서 인간의 본질과 자유를 규명한다. 데카르트, 칸트, 피히테, 프로이트 등 정신 철학의 거장들이 다뤄 온 핵심 개념을 드라마, SF 영화, 불상, 뱀, 고양이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상을 동원하여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책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유 의지를 옹호하며 비단 뇌뿐만 아니라 신, 우주, 자연, 사회로부터 인간이 철두철미하게 자유로운 존재임을 논증한다.

루쉰전집 (총 20권)

루쉰 지음ㆍ루쉰전집번역위원회 등 옮김ㆍ그린비 발행

2007년 4월에 시작해 2018년 4월 마무리된 번역작업의 결과물로, 글쓰기에서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 많은 지식인에게 스승이 되어 준 루쉰을 재조명한다. 루쉰은 죽기 직전까지 방대한 양의 잡문을 남겼다. 거기엔 일기도 있고 편지도 있고 감상도 있고 생활글도 있다. 그는 감정이 비루할지라도 감추지 않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고, 화난 마음을 감추지 않았으며, 슬픈 마음 역시 감추지 않았다. 다양한 매체에 다양한 글을 쓰며 사람들을 넘어 시대와 소통해 온 루쉰의 현대성은 SNS로 소통하는 현 시대에 더욱 빛이 난다.

나무의 노래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ㆍ노승영 옮김ㆍ에이도스 발행

열대우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 스코틀랜드, 일본 등을 다니며 전 세계 열두 종의 나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케이폭나무의 숲지붕에 비계를 타고 올라가 살펴보고, 죽은 나무에 돋보기를 갖다 대고, 맨해튼 가로수인 콩배나무에 전자장비를 부착해 나무의 소리를 들으며 저자가 발견한 것은 바로 거대한 생명의 그물망이다. 나무는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 동식물과 미생물, 그리고 인간과 함께 소통하며 전지구적으로 생명의 연결망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나무에 대한 생태적 기록을 넘어 인간과 자연, 역사와 문화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뉴로트라이브

스티브 실버만 지음ㆍ강병철 옮김ㆍ알마 발행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컴퓨터 엔지니어들을 취재하다가 그들의 자녀 중 자폐증과 아스퍼거증후군을 겪는 경우가 유독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호기심에 취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사와 연구자, 자폐인과 그들의 가족을 만나 자폐증의 역사와 전모를 듣게 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폐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저자는 자폐증, 난독증, ADHD 등 신경학적 차이가 인간 게놈의 복잡성과 다양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발전시켜나갈 때, 우리가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 산문선 (총 9권)

이규보 등 지음ㆍ이종묵 등 옮김ㆍ민음사 발행

삼국시대 원효에서 20세기 정인보까지 1,300년간 각 시대 문장가들이 펼쳐 낸 우리 옛글 613편을 엮었다. 한문학자 6인이 방대한 우리 고전 중에서 사유의 깊이가 드러나 현대인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글을 선정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분명하게 읽히도록 우리말로 옮기고, 작품의 이해를 돕는 간결한 해설을 붙였다. 본문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석을 권말에 두었으며 원문을 함께 실었다. 그리고 권두의 해제로 각 시대 문장의 흐름을 조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역사가 담긴 고전을 보며 시대를 뛰어넘는 문학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폭염사회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ㆍ홍경탁 옮김ㆍ글항아리 발행

폭염을 자연재해가 아닌 사회비극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1995년 7월, 시카고에서 기온이 41℃까지 올라가는 폭염이 일주일간 지속돼 7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일이 있기 전 무더위는 사회적 문제로 취급된 적이 없다. 저자는 폭염에 의한 사망이 사회 불평등 문제라고 진단 내린다. 폭염 때문에 죽은 사람들은 몸이 약하고, 나이가 많았으며, 거주지는 하나같이 사회 취약계층이 모여 사는 아파트나 싸구려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참사를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숨기려 했던 사회적 균열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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