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딸 감싸안기에 안간힘
사우디엔 카슈끄지 사건 비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내 멋대로 우선주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장녀 이방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사례와 다르다”고 강변하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의심받는 사우디 왕실도 ‘경제적 이익’ 때문에 무작정 감싸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이방카의 이메일은 클린턴처럼 기밀 분류가 안 됐다. 이메일 3만3,000통을 삭제한 클린턴처럼 지우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방카는 자신의 이메일을 숨기고자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며 “당신들은 가짜 뉴스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백악관 선임고문이 된 이방카가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개인 계정’ 이메일 수백통을 주고받은 사실이 전날 공개돼 ‘연방기록법 위반’ 논란이 일자 적극 방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대선 경쟁 상대였던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국무장관 재임 중 개인 이메일 사용과 관련, 당시 트럼프 후보는 “감옥에 보내야 한다”며 맹공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 의회담당 수석보좌관을 지낸 마크 쇼트는 CNN 인터뷰에서 “위선적이고, 확실히 좋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WP는 “이방카의 이메일 스캔들이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고, 상원과 하원 모두 의회 차원의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인 클린턴 전 장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기소를 법무부에 지시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봄, 도널드 맥건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법무부에 두 사람을 기소하라고 명령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맥건 전 고문은 “기소는 물론, 수사 지시만 해도 권력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고 만류했고, 최악의 경우 탄핵 가능성도 있다는 메모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트럼프가 (수사 기능이) 독립적인 법무부를 ‘정적 제거용’으로 휘두르는 도구로 여긴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명분이나 체면은 아랑곳없이, 오직 이해관계 위주로 주요 현안들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모습은 카슈끄지 사태에서도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 비극적인 사건을 알고 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든 미국과 사우디는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기 판매 수익을 안겨주는 사우디와의 동맹 관계를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의도인데, WP는 “사우디 왕실의 책임을 애써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도 “사실에는 관심 없는 무지막지한 거래, (금전적) 이익만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의 세계관이 적나라하게 담긴 성명”이라며 “미국 우선주의의 잔혹성이 발가벗겨졌다”고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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