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ST, K팝, 클래식 등 장르불문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곡, 빈 첼로 앙상블 5+1이 꼭 연주해줬으면 하는 곡을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빈 첼로 앙상블 5+1(빈 첼로 앙상블)은 내년 2월 열릴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관객의 의견을 물었다. 관객의 의견을 참고해 앙코르 곡을 선곡하기 위해서다. 빈 첼로 앙상블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인 게르하르트 카우프만이 2008년 창단한 6인조 실내악단이다. 이들은 애초에 앙코르로 드라마 ‘겨울연가’ 주제곡을 염두에 뒀을 정도로 한국 관객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했다.
모든 곡을 마친 연주자가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기 위해 다시 무대에서 연주하는 곡을 일컫는 ‘앙코르’가 진화하고 있다. 공연 말미 부록 같은 형식을 벗어나 관객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까지 하고 있다. 앙코르 곡을 1시간 가까이 연주해 본 프로그램에 이은 ‘제3부’가 되는가 하면, 관객들이 원하는 곡을 미리 조사하기도 한다.
영국 클래식 잡지인 그라모폰에 따르면 평균 앙코르 곡 수는 3곡. 최근엔 연주자들의 앙코르 ‘물량공세’가 늘었다. 지난달 28일 내한 독주회를 연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은 앙코르로 8곡이나 연주했다. 공연기획사에 따르면 키신은 앙코르 곡 수를 정해두지 않았지만, 그는 세계적으로 앙코르를 많이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도 지난 4일 독주회에서 5곡의 앙코르를 연주했다. 올해 초 조성진은 쇼팽 발라드 4곡 전곡을 앙코르로 선사했고, 지난해 선우예권도 앙코르 7곡을 연주했다. 이례적으로 많은 곡을 앙코르로 연주한 이유는 모두 예전과 같다. 관객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더욱 적극적인 유형은 연주 현장에서 관객의 의견을 듣는 경우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2년 전 독주회에서 준비한 앙코르 곡을 모두 연주한 뒤, 현장 관객들에게 신청곡을 받았다. 자신의 에세이에서 앙코르를 ‘진짜 음악회’라고 표현했던 손열음이 이날 들려준 앙코르 곡은 모두 10곡이었다. 즉흥연주가 가능한 재즈 연주자나 오르가니스트들은 관객과 소통이 더욱 용이하다. 지난달 독주회를 연 재즈피아니스트 칙 코리아는 앙코르로 자신의 대표곡인 ‘스페인’을 연주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고, 이날 현장에서 녹음한 곡 중 한 곡을 관객들에게 메일로 보내주겠다는 파격 제안도 했다. 지난해 7월 내한공연에서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는 공연 전 로비에서 쪽지 신청곡을 받았다. 무대 위에서 쪽지를 즉흥적으로 뽑은 그는 애국가와 카카오톡 알림음 등을 연주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가 이어진 것은 당연하다.
한국 관객을 위한 앙코르 특별 선곡으로는 ‘아리랑’이 자주 연주된다. 올해 한화클래식 공연을 위해 내한한 카운터테너 안드레아스 숄, 이건음악회로 내한한 클래식 기타리스트 밀로쉬 카라다글리치는 모두 “한국에서 가장 친숙하고 정감있는 곡”이라는 이유로 ‘아리랑’을 들려줬다. 지난 8월 첫 내한한 미국 내셔널 유스오케스트라는 앙코르 곡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선곡했다.
연주단원만 100명에 이르는 오케스트라는 독주자와는 달리 적어도 2~3일 전에는 앙코르 곡을 정해둔다. 자주 연주되는 ‘앙코르 레퍼토리’도 있다. 하지만 앙코르가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아도 된다. 연주한 곡의 여운을 남기기 위해 앙코르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장엄한 곡의 여운을 위해 프로그램에서 연주했던 곡의 일부를 반복해 연주하기도 한다. 특히 베토벤 합창 교향곡이나 말러 교향곡은 마지막 악장의 말미를 발췌해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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