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형’ 벌금 1억원 구형
공소시효 지난 LGㆍ효성ㆍSK 처벌 피해
공정위, 허위신고 발견하고도 경고로 종결
공정위 직원 ‘직무유기’ 검토…감사원에 자료 송부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해 당국에게 적발되고도 경고만 받았던 대기업 총수 등이 무더기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21일 주식 허위신고 혐의로 이명희 신세계 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등 대기업 총수 4명과 롯데 9곳, 신세계 3곳 등 계열사 13곳을 약식기소하고 법정 최고형인 1억 원씩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14~2015년 계열사 주식을 차명으로 소유하고도 허위 신고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롯데는 신격호 명예회장 주식을 회장과 무관한 ‘기타 주식’으로 분류해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장은 2016년 계열사 5곳의 주식을 보유하고도 신고를 누락했다.
앞서 검찰은 부영그룹 비리 수사 과정에서 공정위가 주식 허위신고 사건을 관습적으로 부당 종결해온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공정위는 지금까지 총 177건을 입건하고도 단 11건만 검찰에 고발하고 151건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로 종결했다.
특히 공정위는 SK 대주주의 허위신고를 적발하고도 다섯 차례나 ‘경고’조치만 한 것으로 파악됐다. 10여개 대기업 총수에 대해서도 3회 이상 경고만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공정거래법 68조는 ‘주식소유현황 또는 채무보증현황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한 자’에 대해 최대 1억 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고발 의무가 있는 공정위 공무원이 관련 범죄를 인지하고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했음에도 법적 근거나 객관적 기준 없이 ‘경고’ 또는 ‘벌점부과’만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정위 직원들의 행위가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첫 사례에 해당하는 만큼 감사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관련 수사 자료를 송부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LG, 효성, SK 등 다른 대기업의 반복적 신고 누락을 확인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하지 못했다. 대주주 일가의 사익추구 위험성이 없거나, 단순 지연 신고로서 신속하게 시정조치가 완결된 건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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