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5,000달러선마저 붕괴되며, 연초 대비 5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20일 미국 가상화폐 정보제공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4시(현지시간) 기준 전날보다 13% 이상 하락한 개당 4,708달러까지 주저앉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5,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만이다. 시가총액도 하루 동안 무려 1조원 이상 증발했다. 비트코인캐시는 무려 40%나 폭락한 236달러선에 거래되기도 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에서도 비트코인이 이날 오후 5시40분 기준 전날보다 13% 떨어진 504만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지난 15일 600만원대로 떨어진 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상화폐 광풍이 불던 지난 1월엔 사상 최고가인 2,600만원선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 비트코인뿐 아니라 이더리움(-14.5%)과 리플(-5.8%) 이오스(-12.5%) 등 다른 가상화폐도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것은 비트코인캐시의 분할(하드포크ㆍ시스템 업그레이드로 기존 가상화폐를 분리하는 것)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비트코인캐시 경영진은 하드포크의 방향성을 두고 둘로 나뉘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이 같은 갈등이 투매를 부추겼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지난 1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공개(ICO)를 진행하지 않은 가상화폐 업체에 25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도 투자심리 위축을 불렀다. 글로벌 회계ㆍ컨설팅 기업 KPMG가 최근 ‘암호화 자산의 제도화’ 보고서를 통해 “가상화폐는 가치의 불안정성과 거래 비용 부담, 투기성 때문에 실생활에 사용되기까지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비판적으로 본 것도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웠다.
시장에선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비트코인 가격이 3,500달러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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