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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없다”더니…김명수 호 셀프 조사도 부실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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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없다”더니…김명수 호 셀프 조사도 부실 파문

입력
2018.11.21 04:40
수정
2018.11.21 10: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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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트 발견 못 해” 똑같은 결론… 법조계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것”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탄핵소추까지 검토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탄핵소추까지 검토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뒷조사하고 실제로 인사 불이익을 주려고 했던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사법부가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던 ‘셀프조사’가 실속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이뤄진 두 번의 조사에서도 사실상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던 만큼 지금 대법원도 ‘제 식구 감싸기’ 내지 파장 확산을 우려해 소극적이고, 부실한 조사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최근 법원행정처 인사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보고서’와 ‘각급 법원장 참고사항’ 등의 문건에는 당시(2015년 1월) 인사총괄심의관실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법관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인사 불이익뿐 아니라 사무분담에까지 관여하려 한 정황들이 드러난다.

이는 사법부가 자체 조사한 세 번의 결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번 사태가 촉발된 결정적 계기는 2017년 2월 법관들을 뒷조사를 한 파일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논란의 핵심은 파일의 ‘존재’와 ‘실행’ 여부였다. 대법원은 이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4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 지시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을 꾸리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에는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만들어 진상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두 번의 조사는 모두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법원행정처와 당사자들의 비협조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용하던 저장매체를 비롯해 가장 중요한 파일들을 열어보지 못한 것이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법원행정처장을 안철상 대법관으로 교체하고 안 처장을 특별조사단(3차 조사) 단장으로 앉힌 것이다. 그럼에도 특조단은 100일에 가까운 조사 끝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해 그들에게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다”며 앞선 조사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특조단도 행정처 협조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조단 조사보고서에는 문건을 통해 드러난 의혹에 대해 인사총괄심의관실에 추가자료 요청을 했지만 “인사상 기밀에 속하거나 개인의 인사상 정보가 드러날 위험성이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상사(행정처장)가 직속 부하직원(인사총괄심의관)이 도와주지 않아 조사를 더 못했다고 결론을 내린 꼴”이라고 말했다.

조사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조단은 대법원 관계자를 통해 “압수수색 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은 특조단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바 없는 파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2,3차 조사 모두 키워드 검색을 통해 추출한 파일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조단은 ‘인권법’ ‘국정원’ ‘상고법원’ 등 49개 키워드를 통해 3만5,633건의 파일을 추출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있는 파일을 406개를 집중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진짜 제대로 진상을 밝혀보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어떻게든 전수조사를 했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조사 의지가 없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 대법원장 체제의 진상조사 역시 블랙리스트 문건과 관련해 ‘못 본 게 아니라, 안 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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