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의 신체 사진을 잇달아 올려 비난을 받았던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 유저들이 경찰의 내사 착수 소식에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는 “운영진을 겨냥해 일베를 문 닫게 하려는 공작”이라며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제의 ‘여친 인증’이 일베에 연달아 올라온 건 19일 새벽부터다. 일베 회원들은 연인이나 전 연인을 인증하겠다며 여성의 신체를 찍은 사진들을 게시했다. 그들이 앞다퉈 올린 사진 중에는 속옷만 입은 채 잠든 모습이나 나체 사진 등 상대방의 동의 하에 촬영했다고 보기 힘든 사진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모텔에서 방금 자고 일어났다”며 애인이라 주장하는 여성의 사진을 찍어 올린 회원도 있었다. 사진 속 여성에 대한 성희롱 댓글도 다수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베의 ‘여친 인증’ 릴레이가 알려지면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고 경찰은 내사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9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청원에는 “여자는 평생 어디서 떠돌지 모르는 알몸 사진에 불안해하며 살아간다”며 “경찰은 일베 ‘여친, 전여친 몰카사건’을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루 만에 약 12만명이 청원에 동의하며 경찰 수사를 촉구했고,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은 19일 “엄정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엄정한 대응을 천명하자 일부 일베 회원들은 ‘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한 일베 회원은 ‘여친 떡밥, 운영진 정조준’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여친 인증 글이 대거 올라오고 청와대 청원부터 경찰 수사까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라며 “일베 문 닫게 하려는 공작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거나 “좌파의 공작”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뒤늦게 “(여친의) 동의 하에 올린 것”이라며 ‘재인증’을 하는 일베 회원도 나왔다. 한 회원은 일본인 여자 친구에게 경찰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하며, 상대 동의를 얻어 사진을 올린 것이라 주장했다.
일부 일베 회원들은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앞서 19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불법 촬영을 발본색원할 때까지 멈춰서는 안되겠다고 (경찰 조직에) 강조했다”며 불법 촬영과 유포 등 사이버 성폭력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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