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택배기사와 대리운전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이 근무환경과 처우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무 강도에 비해 수입이 턱없이 낮고, 사고 위험에 노출됐지만 상당수가 고용ㆍ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28일까지 도내 대리운전기사 200명, 퀵서비스기사 100명, 택배기사 100명, 학습지교사 101명 등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동노동자 노동환경 실태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동노동자는 대리운전기사와 택배기사 등 업무장소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고 주된 업무가 이동을 통해 이뤄지는 노동자를 말한다.
직업별로 보면 도내 대리운전기사는 4곳의 대리운전 콜센터 업체에서 1,24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의 1일 평균 근무시간은 8.1시간, 한달 평균 근무일수는 24.3일로 조사됐다. 매주 휴일(토ㆍ일요일)에도 근무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39.3%에 달했다.
월평균 수입액은 219만3,000원이지만, 수수료 등 한달 평균 지출비용은 99만7,000원이 빠져나가 월평균 순수입은 119만6,000원에 그쳤다. 보험가입 여부를 파악한 결과 고용보험은 80.9%가, 산재보험은 81.5%가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객으로부터 폭언 등을 한 달에 몇 번 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2.5%가 2회 이상 경험하고 있고, 콜센터(소속업체)의 횡포에 대해서도 39.9%가 ‘심하다’고 답했다.
도내 퀵서비스기사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300여명으로 파악됐고, 자영업기사 비중이 77.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평균 근무시간은 10.0시간이며, 휴일 없이 매주 근무하는 기사도 36%나 차지했다. 퀵서비스기사는 다른 직업군에 비해 위험도가 높지만, 경제적 부담 등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기사가 97.9%에 달했다.
퀵서비스기사의 월평균 수입액은 255만원이지만, 유류비와 보험료 등으로 지출비용(117만9,000원)이 많아 순수입은 137만1,000원에 불과했다.
택배기사는 도내에 500여명으로 조사됐다. 1일 평균 근무시간은 11.2시간으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었다. 보험 가입 여부를 보면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미가입율이 각각 92%ㆍ78.7%로 나타났다. 또 업무 사고발생 시 사고비용 처리는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54.6%로 절반이 넘었고, 분실ㆍ파손 등에 대한 처리문제 역시 절반에 가까운 45.9%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택배기사의 월평균 수입액은 303만원으로 다소 높지만, 유류비ㆍ지입료ㆍ대리점 수수료 등으로 월평균 170만5,000원이 들어 순수입은 132만4,000원에 머물렀다.
도내 학습지교사는 350~400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1주일 근무일은 5.4일로 조사됐다. 월평균 수입액은 220만원이며, 비용을 뺀 순수입은 125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비용 중에는 미수회비 대납비용(월 평균 24만1,000원)도 포함됐다.
학습지교사 생활 중 산전ㆍ산후 휴가 및 생리휴가 등을 이용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88.1%가 ‘없다’고 답했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미가입율은 각각 66.3%, 87.4%로 조사됐다.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은 “이동노동자는 단순한 아르바이트 수준이 아니라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으로서의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보호 등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 서울과 광주 등에 이어 제주도가 추진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은 단순 휴게 기능을 넘어 건강 프로그램과 금융 및 주거서비스 프로그램 등 제공, 이동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권리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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