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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현대-기아차 플랫폼 공유의 첫 발 ‘쎄라토’,

입력
2018.11.20 17:00
수정
2018.11.20 18:2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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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세라토. 기아차 제공
기아차 세라토. 기아차 제공

기아자동차 준중형차 쎄라토는 2003년 11월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공개됐다. 프로젝트명 ‘LD’로 40개월 동안 2,6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유러피안스타일 준중형 세단이다. 스펙트라 후속으로 등장한 쎄라토는 아반떼XD, SM3, 라세티 등과 준중형 시장에서 치열한 4파전을 벌였다.

쎄라토는 아반떼XD와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했다. 세피아에 뿌리를 둔 기아차의 플랫폼을 버리고, 현대차의 플랫폼을 적용한 것이다. EF쏘나타-옵티마에 이은 두 번째 플랫폼 공유였다.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플랫폼 공유는 현대차와 기아차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이다.

당시만 해도 차종 간 플랫폼 공유는 흔치 않은 일.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2002년에는 총 22개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28개 모델을 생산했지만, 2016년에는 6개 플랫폼에서 48개 모델을 만들었다. 플랫폼을 줄이고 모델 수를 늘린 것이다. 높아진 경쟁력을 알리는 지표다.

신차 발표회에는 정의선 당시 부사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만 해도 정 부회장이 언론에 노출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만큼 쎄라토에 회사 최고 경영진의 관심이 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처음 개발한 준중형 세단이어서 최고위층의 관심이 컸다. 정 부사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쎄라토를 타보면 달라진 기아의 기술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V 명가를 지향하는 기아차가 승용차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린 것이다.

쎄라토는 20, 30대의 젊은층을 공략했다. 쎄라토는 그리스어로 ‘뿔’을 뜻한다. 모든 면에서 필적할 만한 상대가 없이 우뚝 선 존재, 즉 성공, 성취, 자신감 등의 의미가 있다. 출시 당시 가격은 1,500㏄ 기본형이 900만원, LX 1,010만원, SLX 1,095만원, GOLD 1,140만원, 2,000㏄ CVVT GOLD가 1,260만원이었다.

쎄라토는 준중형급에서 실내공간이 가장 넓었다. 성능과 크기면에서 최고였던 것.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는 자동 4단 변속기 역시 준중형급에 첫 적용 됐다.

안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추돌 때 탑승자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액티브 헤드레스트, 충돌 시 연료차단 장치, 커튼 에어백 등을 적용했다. 에어백이 터질 때 부상을 막기 위해 폭발 압력이 낮은 저압 에어백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안전 장비에 힘입어 쎄라토는 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 신차충돌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 평가받았다.

2004년에는 인라인스케이트 국가대표 궉채이가 광고 모델로 나서 주목을 받았다. 신형 모델인 뉴 쎄라토가 등장한 2006년에는 가수 싸이를 내세운 광고를 선보였다. 당시 영상을 찾아보는 재미도 크다.

야심적으로 만든 쎄라토였지만 아반떼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경쟁 상대는 주로 SM3로 시장 2위를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야 했다. 포르테에 바통을 넘긴 건 2008년. 쎄라토는 그렇게 5년 남짓 짧은 역사를 마감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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