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인 의성 의태어는 우리의 언어생활을 한층 풍부하게 한다. 의성 의태어가 없다고 해서 문장의 의미가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의성 의태어를 넣음으로써 의미가 더 명확해지고, 무엇보다도 문장의 ‘맛’이 사는 경우가 많다. 그냥 ‘얼굴 살이 빠졌다’라고 하는 것보다 ‘얼굴 살이 쏙 빠졌다’라고 했을 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의성 의태어는 계열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반짝’과 ‘번쩍’, ‘솔솔’과 ‘술술’은 모음이 다른 계열어이고, ‘댕댕’과 ‘땡땡’, ‘바삭’과 ‘파삭’은 자음이 다른 계열어이다. 또 자음과 모음이 함께 교체하여 다양한 계열어를 만들기도 한다. ‘바삭’은 ‘파삭’ 외에 ‘빠삭’도 있고, 모음이 교체하여 ‘버석’ ‘퍼석’ ‘뻐석’ 등의 계열어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대개는 작은말과 큰말, 여린말과 센말 같은 어감의 차이를 나타내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문장에서 바꾸어 사용해도 의미상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일부 의성 의태어는 모음에 따라 의미도 달라져서, 사용되는 문장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쏙, 쑥’이 그런 경우이다. ‘얼굴 살이 쏙(쑥) 빠졌다’에서는 ‘쏙, 쑥’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옷이 내 마음에 쏙 든다’에서는 ‘쑥’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성적이 쑥 올라갔다’에서는 ‘쑥’ 대신에 ‘쏙’을 쓰면 어색한 문장이 된다. ‘찰랑’과 ‘철렁’도 마찬가지이다. ‘단말머리가 찰랑 흔들린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라고 흔히 쓰는데, 여기의 ‘찰랑’과 ‘철렁’을 바꾸어 사용하면 매우 어색하다. 이처럼 의성 의태어도 단순히 어감만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에 문장의 의미에 맞게 섬세하게 쓸 필요가 있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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