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차 “해임 방침”… 르노-닛산 동맹에 여파 우려
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일본 닛산(日産)자동차의 카를로스 곤(64) 회장이 회사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일본 검찰에 의해 체포됐다. 곤 회장은 프랑스 자동차기업 르노의 회장도 겸임하면서 세계 자동차업계 2위 규모인 ‘르노-닛산-미쓰비시(三菱) 얼라이언스’를 운영해 온 인물이기에 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NHK방송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도쿄지방검찰청 특수부는 19일 저녁 곤 회장과 그레그 켈리(62) 대표이사를 일본 금융상품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곤 회장은 켈리 대표이사와 공모해 2011년 6월부터 2015년 6월에 걸쳐 자신의 수익을 실제보다 약 50억엔(500억원) 낮게 작성한 유가증권보고서를 일본 간토재무국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닛산자동차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곤 회장이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중대한 부정”을 저질렀다며 곤 회장 해임 방침을 밝혔다. 닛산은 내부고발에 따라 수개월간 혐의를 자체 조사해 왔다고 설명했다.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큰 실망과 좌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곤 회장이 닛산 재임 초기 개혁을 추진해 기업에 이득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나 회장으로 장기간 재임하면서 권력 집중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주장했다.
곤 회장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유럽 증권시장에서 르노와 닛산의 주가는 급락했다. 양 기업의 경영권이 곤 회장에 집중돼 온 데다 르노와 닛산의 동맹 구조 또한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분석가 아나 니콜스는 “두 기업의 연결고리는 곤의 사적인 역량과 그의 신뢰에 의존해 있었다”라며 르노와 닛산 간 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르노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도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주주로서 프랑스 정부는 르노 동맹의 안정성에 주의를 기울이며 피고용자를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바논계 브라질인으로 프랑스 국적도 가지고 있는 곤 회장은 프랑스 타이어 제조사 미슐랭에서 브라질지부와 북미지부 최고운영책임자를 거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1996년 부사장으로 르노사로 이동했다. 1999년 경영난으로 파산 위기에 몰린 닛산의 대주주가 된 르노가 그를 최고운영책임자로 닛산에 파견했다.
곤은 ‘닛산 리바이벌 플랜’이라는 공격적인 구조조정으로 불가능이라던 닛산의 실적 회복을 달성하면서 일본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다. ‘미스터 픽스 잇(Fix It)’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활약상이 일본 만화로 그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비용절감으로 명성을 떨치면서도 자신의 급료를 높게 책정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곤 회장은 2005년부터는 르노와 닛산의 CEO를 겸임했고. 2016년 미쓰비시자동차까지 산하에 두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로 불리는 거대 자동차기업 연합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는 닛산 CEO직을 내려놓고 회장직만 유지하면서 은퇴를 준비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2017년 총 1,060만대를 판매, 1위 폴크스바겐그룹(1,074만대)에 이은 세계 2대 자동차 판매기업이 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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