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소송’은 누가 담당해야 할까? 세금에 전문성이 있는 세무사일까, 아니면 소송 전문가인 변호사일까? 세무사에게 조세소송 대리권을 주는 방안을 두고 세무사 업계와 변호사 업계가 강하게 맞붙었다. 서로 ‘양질의 서비스’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변호사 2만명 시대를 맞아 치열해진 ‘밥그릇 다툼’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는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을 지난 14일 전체회의에 상정해 논의 중이다. 등록기간 2년 이상인 세무사가 기획재정부 장관 주관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조세소송을 대리할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현재 세무사는 과세 불복 사건을 다루는 조세심판원(국무총리 직속)의 행정심판 절차를 대리할 수 있지만, 법원에서 정식 소송으로 다툴 경우 대리권이 없다.
세무사 업계는 ‘저렴한 비용과 전문화된 법률서비스 제공’을 법 개정 명분으로 내세워 소송 대리권을 주장한다. 한국세무사회는 “최근 5년간 조세 관련 행정심판의 60%를 세무사가 맡아 처리했는데, 소송만 가면 ‘변호사 독점주의’ 때문에 납세자들이 새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고 지적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사건의 절반이 넘는 1억원 이하 소액조세 분쟁의 경우 비싼 수임료가 부담돼 소송 진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납세자들이 ‘조세 전문가’인 세무사도 조세소송 대리인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최근 성명에서 “단순히 세법 지식만 있다는 이유로 소송 수행 능력이 부족한 세무사에게 조세소송을 맡기면 궁극적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반발했다. 변협은 “소송 업무는 전문 법률지식을 가진 변호사의 고유 직무”라면서 “헌법재판소도 올 4월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금지한 세무사법을 헌법불합치로 결론 내면서 세무사보다 변호사에게 오히려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백승재 세무변호사회장은 15일 국회 토론회에서 “세무공무원들은 세무사 1차 시험이 면제돼 손쉽게 자격을 취득하며, 정부기관과의 유착가능성이 높다”면서 “개정안 논리대로라면 회계사ㆍ노무사ㆍ건축사ㆍ의사 등 모든 전문직이 직접 소송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07년 및 2012년 세무사업계가 조세소송 대리권 입법을 추진하다 변협 반대로 실패하는 등 두 업계의 영역 다툼이 처음은 아니다. 한 변호사는 “갈등의 근본 원인은 변호사 수 급증으로 인한 유사직역 진출”이라면서 “세무사 고유 영역에 눈독을 들이는 신규 변호사들이 늘자 세무사들이 역공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한 부장판사는 “결국 밥그릇 다툼에 불과하다”며 “법조유사직역이 지나치게 많아 갈등이 끊이지 않는 만큼 로스쿨 제도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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