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칼라 스쿨’ 유두규 교장
IBM과 손잡고 P-테크 교육
고교+2년제 전문학사 통합 교육
“52명 뽑는데 벌써 문의 쇄도
사이버 보안ㆍAI 분야 전문가 양성”
“고등학교 과정에서 빅데이터 분석과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학교는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제금융센터(IFC) 한국IBM 본사에서 만난 유두규(61) 세명컴퓨터고등학교 교장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 유 교장은 이날 IBM과 국내 최초 P-테크(TECH) 학교인 ‘서울 뉴칼라(New Collar) 스쿨’ 신입생 전형에 대한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유 교장은 서울 은평구 불광동 세명컴퓨터고 안에 내년 3월 개교하는 뉴칼라 스쿨 초대 교장을 맡았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P-테크는 IBM이 개발한 과학ㆍ기술ㆍ공학ㆍ수학 기반의 새로운 교육 모델이다. P는 ‘진로(Pathways)’를 뜻한다. 2011년 미국 뉴욕에 처음 등장한 P-테크는 미국 8개 주를 비롯해 호주 모로코 대만 싱가포르의 110여 학교로 확산됐다. 한국은 P테크를 도입한 여섯 번째 국가다.
유 교장은 “내년에 52명 정원으로 개교하기 위해 오는 26일부터 신입생 모집 전형을 시작하는데 너무 문의가 많다”면서 “기숙사가 없어 수도권 학생들로만 입학대상을 한정한 게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뉴칼라 스쿨은 세명컴퓨터고(3년)와 경기 시흥시 경기과학기술대(2년)에서 공부하는 5년제 통합과정이다. 학과는 ‘인공지능(AI) 소트프웨어과’ 단 한 개다. 졸업하면 고교 졸업장과 2년제 전문학사 학위를 같이 받는다. 교육부가 10여 개 후보 학교를 추렸고, 유 교장이 적극적으로 나선 세명컴퓨터고가 최종 선정됐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으로 공학박사를 취득한 유 교장은 마침 AI 교육을 위한 시설 및 교사 확보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P-테크 학교가 되면 IBM이 채용한 전담 직원이 상주하며 관련 행정업무를 전담한다. 학생들의 유급 인턴십 및 교사 정보기술(IT) 연수, 현장 전문가의 일대일 멘토링 등도 IBM이 지원한다.
유 교장은 “공교육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교육으로 미래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 공감했다”면서 “특성화고와 전문대가 우리 사회의 주류는 아니지만,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해 능력을 키워주면 공고한 학벌 사회가 조금은 희석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신청해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등 이전에 없던 교과목 개설은 끝났다. 한국IBM AI 엔지니어들이 교과 내용의 현업 적용 가능성 등도 사전에 검토했다. P-테크는 졸업 뒤 바로 기업에 투입해도 자기 몫을 해내는 ‘뉴칼라’ 양성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IBM의 지니 로메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처음 사용한 신조어인 뉴칼라는 사이버보안과 데이터사이언스, AI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전문가를 의미한다.
유 교장은 “지금도 정보통신 분야에서 대학 졸업장의 의미가 약해지고 있는데, AI만 파고드는 P-테크 첫 졸업생이 배출되는 5년 뒤에는 학위로 인재를 뽑는 시대가 저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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