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개발한 후천성 면역결핍증(에이즈) 치료제 ‘테믹시스’가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온 셀트리온이 화학의약품으로 제품을 다양화하는 신호탄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치료에 투여하는 항바이러스제 테믹시스의 판매를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미국 HIV 치료제 시장은 약 2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테믹시스는 그 중 성분이 유사한 약 3조3,000억원 규모의 ‘트루바다’(제조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테믹시스는 다국적제약사 GSK의 항바이러스제 ‘제픽스’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제 ‘비리어드’의 주요 성분을 합친 복합제 개량신약이다. 기존 약의 유효 성분 구조를 바꾸거나 다른 성분과 결합하는 방법으로 약효를 높이거나 가격을 낮춰 만든 약을 개량신약이라고 한다.
셀트리온이 국내 의약품유통기업을 인수, 합병해 출범한 셀트리온제약은 2015년 화학의약품 복제약(제네릭) 세계시장 도전을 선언한 바 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바로 테믹시스다. 바이오시밀러에서 제네릭으로 보폭을 넓혀 복제약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하겠다는 게 셀트리온의 세계화 전략이다.
아울러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약물경제성평가 및 성과연구학회(ISPOR)에서 바이오시밀러 도입에 따른 유럽의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발표했다. 영국이 2017, 18년 오리지날 의약품을 자사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트룩시마’로 대체 처방해 연간 약 2,200억원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김호웅 셀트리온헬스케어 전략운영본부장은 “바이오시밀러의 재정 절감 효과가 확인된 만큼 처방이 더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복제약 시장 전망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테믹시스와 성분 구성이 동일한 ‘심듀오’(제조사 마일란)가 미국에 이미 출시돼 있고, 유럽에선 램시마와 트룩시마를 ‘플릭사비’(삼성바이오에피스)와 ‘릭사톤(산도즈)’이 뒤쫓고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여럿 출시된 ‘휴미라’(애브비)가 최근 가격을 80%까지 낮춘 것처럼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 인하 우려도 상존한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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