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정규시즌 시상식… 약물 복용 전력 “깊이 반성” 고개 숙여
‘잠실 홈런왕’ 김재환(30ㆍ두산)이 프로야구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김재환은 19일 서울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정규시즌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결과 888점 만점에 총 487점을 획득해 367점에 그친 팀 동료 투수 조쉬 린드블럼(31)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2008년 두산에 입단한 뒤 기나긴 무명 생활을 딛고 프로 11년 차에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낸 그는 MVP 트로피와 3,300만원 상당의 기아자동차 K7을 부상으로 받았다.
김재환은 올해 139경기에서 타율 0.334 44홈런(1위) 133타점(1위) 104득점을 올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1998년 두산 전신 OB 소속의 타이론 우즈(42홈런) 이후 20년 만의 ‘잠실 홈런왕’이 됐다. 또 구단 최다 홈런 신기록과 개인 최다 타점 기록(2016년 124개) 역시 갈아치웠다. OB 포함 두산 선수로는 6번째 MVP다.
이날 주인공이 된 김재환은 하지만 활짝 웃지 못했다. 기쁨보다 과거에 저질렀던 단 한 차례의 실수를 떠올리며 거듭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2011년 말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2012년 1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오점’이 있는 그는 시상대에 올라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을 더 무겁게 갖고 남은 인생 좀 더 성실하게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을 이어가던 중엔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김재환에게 약물 얘기는 2016년 1군 선수로 자리매김한 뒤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입단 후 거포 기대주로만 머물렀던 김재환은 2016년 134경기에서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으로 팀의 중심 타자가 됐다. 하지만 화려한 성적은 야구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과거 약물 복용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탓에 올해 각종 기록을 세우고도 MVP 수상 여부는 물음표였다.
메이저리그에선 현역 시절 약물 추문을 일으켜 불명예스럽게 은퇴한 ‘홈런왕’ 배리 본즈와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는 매년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MLB 기자단 득표 기준선(75%)을 넘어야 하는데 다수의 기자들 사이에서 금지약물로 리그를 더럽힌 둘을 명예의 전당 회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김재환은 MVP 기자단 투표에서 1위표를 51표나 받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김재환은 “(약물 얘기를 먼저 시상대에서 꺼낸 것은) 워낙 말들이 많으니까 이를 무시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과거 실수는) 지금도 후회를 하고 있고, 하루도 안 빠지고 후회를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수상 소감을 말할 때 눈시울을 붉힌 것에 대해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 때문에 감정이 조금 그랬던 것 같다”며 “가족도 사람이니까 걱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은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를 도움이 필요한 곳에 베풀기로 했다. 그는 “주위에 고마운 분들이 많다”며 “받았던 것을 베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다”고 했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도움이 필요한 단체에 기부할 것 같다”면서 “기관들은 승용차보다 승합차를 더 필요로 하는 만큼 개인적으로 금액을 더 보태서라도 승합차를 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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