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NBA 전문수비수 경험 전천후 선수 성장… 잇단 트리플더블
국내 여자프로농구 무대를 ‘접수’한 박지수(20ㆍ청주 KB스타즈)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의 콜을 받았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전체 34경기 중 32경기에 출전, 경기당 13분만 뛰면서 평균 2,8점에 3.3리바운드, 0.9어시스트, 0.6블록슛의 미미한 기록을 남긴 채 돌아왔다. 여자농구의 보물 박지수라는 이름에 생채기만 남겼다는 여론이 일었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라앉은 그는 시즌 초반 이름값에 못 미치는 성적에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큰 물’에서 놀아 본 박지수에 대한 기대치가 치솟아 팀이 우승후보로 꼽힌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당시 박지수는 “그 동안 나는 공격력보다 수비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는데 미국에서는 전문 수비수로 경기를 뛰었고, 공격할 때는 공도 제대로 못 잡아봤다”면서 “한국에 와서는 공격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경기가 잘 안 풀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득점은 줄었지만 전천후 선수로 진화했다. 박지수는 지난 18일 부천 KEB하나은행과 경기에서 11점 2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시즌 두 번째 트리플더블(공ㆍ수 3개 부문 두 자릿수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11일 OK저축은행전에서 데뷔 첫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포지션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했던, 미국에서 전문 수비수로 뛰었던 경험이 결과적으로 ‘팔방미인’으로 탈바꿈하게 만든 셈이다. 국내 최장신 박지수(196㎝)는 공격력이 떨어졌다 해도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여전히 위력적이다. 이번 시즌 평균 어시스트도 4.25개로 2016~17시즌 2.77개, 지난 시즌 3.29개에서 점점 늘고 있다. ‘미국 유학’ 경험을 토대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며 세밀한 농구까지 장착한 것이다. 아직 스물 한 살의 어린 박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평정심이다. 개막 초반 부진 때 "앞으로는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던 자신과 약속대로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최근 상승세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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