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1명 이하로 추락 위기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상 저출산 재원. 김경진기자

‘143조원.’

2006년부터 올해까지 정부가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라며 쏟아 부은 돈의 총액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5명에 불과했다. 2005년 정책 마련 당시 1.07명보다도 더 떨어졌다. 급기야 올해는 1명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정부 전망(강신욱 통계청장)도 나왔다. 대체 143조원은 어디로 간 것일까.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5년 ‘저출산ㆍ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소속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해 2006년부터 5년 주기의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 등을 수립ㆍ추진해 왔다. ‘저출산’이라는 이름으로 예산이 편성된 것은 다음해부터다. 제1차(2006~2010년), 제2차(2011~2015년) 계획에 따라 투입된 저출산 관련 재원은 80조원이 넘는다. 2016년부터는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제3차(2016~2020년) 기본계획에 5년간 108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약 63조원이 집행됐다. 2006년부터 최소 143조원이 저출산 대책으로 투입된 셈이다. 관련 사업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예산이 편성ㆍ집행됐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결혼부터 임신ㆍ출산, 보육, 교육, 취직까지 지원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신혼부부 주거지원, 난임부부 지원, 무상보육 및 교육 확대, 아동수당 지급, 공공어린이집 확대, 돌봄교실 등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

그러나 목표와는 무관한 부분에도 ‘저출산 대책’이란 이름으로 세금이 투입된 곳이 적잖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가족여가 프로그램 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2006년부터 5년간 약 1,400억원을 쓴 이 사업은 템플스테이 운영지원과 향교 전통예절강좌 등으로 구성됐다. 학교에 음악과 연극, 무용 등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문화부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사업’도 저출산 대책이란 이름으로 3,500억원 가까이 집행됐다. 올해까지 3년동안 6,000억원을 지원하는 교육부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의 경우, 인문대생 정원을 줄이고 공대생을 늘리는 대학에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도 저출산 예산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고성장기업 수출역량 강화’ 사업, 고용노동부의 ‘청년취업진로ㆍ일경험 지원’ 등 저출산과 접점을 찾기 힘든 사업에도 매년 수백억원씩이 투입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각 부처의 숟가락 얹기 식 예산이 즐비하다”고 말할 정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2019년 예산 검토보고서에서 “내년 23조4,000억원에 이르는 저출산 예산 가운데 저출산과 무관한 사업이 많다”며 △고용노동부의 해외취업지원ㆍ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개선활용 사업 △교육부의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ㆍ대학창업펀드 조성 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SW)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을 꼽았다.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다는 데 있다.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실제 위원회는 2006년부터 작년까지 12년 동안 회의를 22회 여는 데 그쳤다. 그것도 형식적인 서면심의가 대부분이었다. 위원장인 대통령이 참석한 회의는 4회에 불과했다. 실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도 저출산 관련 담당은 2개과 수준이다. 국가적 재난이라면서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정부 인식은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6년 10월 국회에서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저출산ㆍ고령화 대책 전담총괄기구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후 감감 무소식이란 점에선 국회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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