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오울리(Po’ouli)는 하와이 마우이섬 열대우림에 서식하던 참새목의 작은 새로, 검은얼굴 꿀새(black-faced honeycreeper, 혹은 ~꿀먹이새)라고 불린다. 몸 길이 약 14cm에 얼굴부분은 검은 깃털로 덮였고, 볼과 가슴은 백색이며 정수리의 잿빛이 꼬리 쪽으로 갈수록 적갈색-흑갈색으로 짙어지는 깃을 지녔다.
포오울리가 알려진 건 1973년, ‘하나(Hana) 우림 보전 프로젝트’에 참여한 하와이대 학생 3명이 할레아칼라 화산 동북사면의 해발고도 1,980m 지대에서 저 새를 처음 발견하면서부터다. 1923년 이래 하와이 꿀새로는 처음 발견된 종으로, DNA분석 결과 포오울리는 하와이 제도의 다른 새들과 달리 고대 꿀새 종의 계보를 곧장 계승한 것으로 확인돼,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당시 추정 개체수는 200마리 정도에 불과했다.
하와이제도는 조류의 최적 서식지로 꼽힌다. 물범과 박쥐 외 포유류 포식자가 드물고, 우림과 다양한 먹이곤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은 폴리네시아인들의 이주와 유럽인들의 침략 등을 겪으며 서서히 파괴돼갔다. 몽구스, 돼지 등 외래종들이 들이닥쳤고, 서식지도 잠식돼갔다. 가장 치명적인 건 19세기 초 돼지를 따라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빨간집모기. 그들이 옮긴 조류말라리아와 새천연두로 수많은 조류들이 멸종되거나 개체수가 급감했다. 73년 이전까지 학계는 포오울리를 멸종 조류로 알고 있었다.
포오울리의 숫자는 80년대 140여 마리로 줄었다. 하와이 주정부와 국립공원 공단 등은 9,500에이커에 달하는 하와이자연보전지구를 지정했고, 고유종 보존을 위해 철조망과 인위적인 구제작업으로 외래종을 차단ㆍ배제했다. 하지만 97년 조사 결과 포오울리는 단 세 마리(암컷 2,수컷 1)가 각기 다른 영역에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전연구팀은 2002년 암컷 한 마리를 포획해 2.4km 떨어진 수컷 영역에 방사, 자연번식을 유도했으나 암컷은 다음날 곧장 제 영역으로 복귀했다. 연구팀은 2004년 9월 수컷을 포획해 올린다(Olinda) 마우이조류보전센터에서 번식을 시도했지만 암컷을 포획하기 전인 2004년 11월 26일 수컷 포오울리가 죽었다. 연구진은 노화로 인한 자연사라고 사인을 밝혔다. 이후 포오울리가 관측된 예가 없다. 물론 암컷 두 마리가 번식에 성공했을 리도 없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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