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중 추돌사고 시내버스 의문 증폭
7일 아침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차량 10대를 들이받고 반대편 차선 버스 정류장으로 돌진한 202번 시내버스가 처참한 형체로 멈춰서 있다. 연합뉴스

‘분노 급주행이냐, 급발진이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시내버스가 갑자기 차량 10대를 들이받고 버스정류장으로 곧장 돌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나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버스 기사와 주행 중에 실랑이를 벌이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시내버스 앞에 오토바이를 내버린 뒤 벌어진 사고여서 대형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던 사고 경위를 두고 추측과 비난이 난무하고 있다.

사고는 17일 오전 8시14분쯤 발생했다. 동대문구 전농동 떡전교 사거리 회기역 방면 부근에 서 있던 202번 시내버스가 돌진하면서 앞서 달리던 승용차와 택시, 화물차 등 10대를 잇달아 들이받은 것. 버스는 그 뒤 50m가 넘는 거리를 달려 중앙차선을 넘어 반대편 버스정류장을 처박고 버스 도착 안내판 등 구조물에 부딪힌 뒤에야 무시무시한 질주를 겨우 멈췄다. 다행히 아침 시간이라 당시 정류장에는 승객이 없었으며 버스기사 노모(58)씨와 버스에 추돌된 승용차 운전자와 택시·버스 승객 등 10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주변 CCTV에 나타난 영상을 보면 사고 직전 노씨는 오토바이 운전자와 신경전을 벌였고 그 뒤 버스 앞에 버려진 오토바이를 그대로 밀어붙이면서 질주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노씨가 음주 상태에서 운전을 한 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고 장소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과 함께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고 버스에 설치된 블랙박스에는 당시 영상이 손상돼 복원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람에 버스기사의 분노 급주행인지, 급발진 사고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씨는 경찰에서 주행 과정에 오토바이 운전자와 다툼이 있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오토바이 운전자가 버스 앞에 버려둔 오토바이를 치우려 내리려는데 버스가 갑자기 움직였다”며 “버스를 제어하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도 온라인에 글을 올려 “버스 기사가 출입문 쪽으로 향하는데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해 기사가 운전석으로 급히 돌아갔지만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덕대 자동자학과 교수는 “급발진은 수동변속기가 아닌 자동변속기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서울 시내버스가 대부분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사고 영상을 보면 기사가 의도를 갖고 급주행했다기 보단 급발진 사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노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급발진 등 차량 엔진결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건을 접한 시민들은 황당한 사고에 “정류장에 사람이 있었으면 어쩔 뻔 했느냐”고 꼬집는 한편, “버스 주행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오토바이를 방치한 운전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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