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모(49)씨는 지난 3월 사들인 현대해상 주식만 생각하면 흐뭇하다. 3만원대 후반 가격에 1,000주가량 매수한 주식이 서너달 뒤 10% 이상 주가가 떨어져 속을 썩였지만 9월 말 가파르게 반등했다. 증시가 하락장에 들어선 지난달도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지 않아 현재 매매가 대비 7%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18일 방씨는 “별 재미 없는 보험주 덕분에 웃을 일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반색했다.
증시가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보험주(株)의 선전이 도드라지고 있다. 보험주는 전통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타는 데다가 보험료 인상, 금리 인상 등 보험업계 수익성을 개선해줄 호재가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KRX 보험지수는 1,663.18로, 최근 1개월간 약 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코스피가 10% 이상 급락하는 등 같은 기간 2.5% 하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다. 13개 주요 보험사 주식으로 구성돼 보험산업의 주가 흐름을 대변하는 KRX 보험지수는 ‘검은 10월’이 시작된 지난달 23~24일 코스피가 0.4% 하락할 때 오히려 1.81% 상승했고, 코스피 지수 2,000이 무너진 29일에도 0.66% 오르며 코스피(-6.95%)보다 7.6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달 8~12일에도 코스피가 0.58%가량 떨어지며 부진한 가운데 보험지수는 4.6% 급등했다.
보험주는 은행주와 더불어 경기가 나쁠 때 방어주 역할을 해왔다.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보험산업은 매년 특별히 이익이 크게 늘지는 않지만 줄지도 않아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을 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말하면 증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경우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은 보험주 대신 다른 종목으로 투자자본이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보험사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대거 사라진 점도 보험주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손해보험사 손해율 악화 요인이었던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상이 가시화하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도 호재다. 통상 보험사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비축하기 위해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영한다. 때문에 안전성이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 금리가 올라가면 보험사의 채권 만기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신한금융투자 보고서는 최근 8년간 생명보험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국고채 금리 상승과 비례 관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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