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거대한 존재에게 그 어떤 표현이 필요할까?
2000년대,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 캐딜락은 아트&사이언스라는 디자인 기조 아래 거침 없이 달리고 있다. 덕분에 매 세대 빠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누가 보더라도 느껴지는 ‘캐딜락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잊지 않는 좋은 모습 또한 잊지 않고 있다.
캐딜락 본연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건 다양하다. 1702년, 디트로이트를 개척한 선구자의 정신을 이은 엠블럼이나 ‘최고를 자처하는 모습’은 물론이고 디자인을 거쳐 ‘존재 그 자체’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금 눈 앞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길로 한국에 서다
국내에는 캐딜락 코리아가 자리를 잡고 캐딜락의 생산 모델 대다수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몇 종류의 차량이 아직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서는 만나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ATS-V 쿠페나 XTS, 그리고 에스컬레이드 ESV가 그런 차량들이다.
이번에 만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는 정식 수입, 판매 모델인 아닌 병행수입, 혹은 ‘직수’ 등으로 언급되는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국내에 판매되는 모델이다. 시승을 위해 차량을 지원해준 업체는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카스트코’다.
참고로 시승 차량은 에스컬레이드 ESV 플래티넘 사양으로 현재 카스트코의 판매 가격은 1억 3,600만원이다. 단 VAT는 별도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사실 그 자체로도 거대한 ‘플래그십 SUV’다.
그리고 에스컬레이드의 휠베이스와 전장을 늘린 ‘에스컬레이드 ESV’는 더욱 거대하고 압도적인 체격을 자랑한다. 실제 5,700mm에 이르는 긴 전장과 2,045mm의 전폭, 그리고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키보다 높은 전고(1,900mm)를 자랑한다. 휠베이스는 3,302mm에 이르며 공차 중량은 2.7톤을 손쉽게 넘긴다.
대담하고 극한의 존재, 에스컬레이드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디자인, 아니 그 존재감은 대담하고 또 극한의 영역에 위치한다. 그 어떤 플래그십 SUV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 강렬한 인상과 존재감은 도로 위의 모든 시선을 에스컬레이드에게 향하게 만든다. 여기에 길이까지 길어진 에스컬레이드 ESV는 무슨 표현이 어울릴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넋을 나가게 만든다.
대담함이 느껴지는 거대한 크기의 프론트 그릴을 더하고 그 안에 2014년에 공개된 모던한 ‘캐딜락 크레스트’ 엠블럼을 더했다. 그리고는 프론트 그릴 좌우에 큼직하고 대담하게 그려진 수직의 LED 헤드라이트와 두터운 덩어리 감이 돋보이는 전면 범퍼를 더해 플래그십 SUV의 견고함과 웅장함을 과시한다. 또 어지간한 성인 남성의 가슴팍까지 올라와 있는 보닛 라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측면 디자인은 역시 곧게 뻗은 직선으로 고급스러운 감성과 압도적인 크기를 연출한다.
기존의 에스컬레이드 만으로도 인상적이었는데 여기에 5,700mm까지 길이를 늘린 에스컬레이드 ESV의 박력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쓸데 없는 곡선이나 디테일 대신 선과 면으로 이상적인 존재감을 구현했고 크롬 가니시를 더해 시각적인 완성도를 높여 ‘아메리칸 퍼스트’를 외치는 미국인들의 로망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끝으로 후면 디자인도 통일된 감성이 돋보인다. 트렁크 게이트는 넓은 면적과 함께 큼직한 캐딜락 엠블럼으로 다시 한번 차량의 존재감을 강조하는 모습이며 후방의 운전자에게 명료한 시인성을 전하는 광선검 형태의 라이트 블레이드 테일 램프를 통해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담하지만 캐딜락 본연의 감성이 담긴 디자인 요소들이 무척 인상적이다.
정체성이 명확한 에스컬레이드 ESV
에스컬레이드의 실내 공간은 거대한 체격을 반영하듯 웅장하고 넉넉한 공간이 돋보인다.
다만 이 차량이 어떤 차량에서 시작되었는지 예측할 수 있는 모습들이 곳곳에 이어진다. 사실 에스컬레이드라는 차량은 미국을 대표하는 ‘픽업트럭’의 골격에서 시작된 미묘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한 SUV에서 시작된 그들과는 확실히 다른 차이점을 보여준다.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좌우로 뻗어나가는 듀얼콕핏의 구성을 갖추고 큼직한 터치 패널과 캐딜락 고유의 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조합된 디스플레이 패널이 다양한 기능을 예고한다. 여기에 디지털 계기판과 큼직한 4-스포크 스티어링 휠, 그리고 미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암 방식의 기어 레버를 통해 ‘미국의 감성’을 대담히 그려낸다.
노이즈 캔슬레이션이 적용된 보스 센터포인트 서라운드 시스템을 통해 기능적인 부분과 감성적인 부분의 완성도를 높이고 1열 시트 뒤쪽에 리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탑재해 2열, 3열의 탑승자를 더욱 즐겁게 한다. 다만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국내에 들여온 차량이라 차량 그 어느 화면에서도 한글을 찾을 수 없다.
에스컬레이드의 육중한 차체는 곧바로 여유로운 공간으로 이어진다.
특히 1열 시트는 여유로운 공간 그 자체로서 그 어떤 경쟁 모델보다 웅대하고 매력적인 공간으로 존재한다. 넉넉한 크기의 시트로 여유로운 착좌감을 제시하며 여유로운 헤드룸과 레그룸을 더했다. 시트에는 캐딜락 고유의 감성이 담긴 ‘V’ 배지를 더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늘어난 휠베이스 덕에 공간 자체의 여유가 더해진 2열, 3열 또한 매력적이다. 여느 럭셔리 SUV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넉넉한 헤드룸, 레그룸을 갖춘 2열 시트의 경우 풍성한 쿠션이 더해진 시트를 통해 여유롭고 안락한 감성을 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천장에 배치된 디스플레이 패널을 통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 3열 시트는 성인 남성도 포용하는 거대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에스컬레이드의 단점 중 하나가 바로 체격 대비 적재 공간이 짧다는 점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드 ESV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만 기본적인 공간 자체도 넉넉한 편이고 전동 방식으로 폴딩 되는 3열 시트, 손쉽게 접을 수 있는 2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에는 무려 3,426L에 이르는 거대한 적재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탐날 수 밖에 없는 V8 LT1 엔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의 보닛 아래에는 익숙한, 하지만 볼 때마다 설레이는 강렬한 존재가 자리한다. 최신 기술이 가득 담겨 있는 V8 6.2L LT1 엔진은 에스컬레이 ESV에게는 ‘필요 충분한’ 420마력과 63.6kg.m의 토크를 내지른다. 맞다. 쉐보레 카마로 SS에 탑재된 바로 그 엔진이 에스컬레이드의 보닛 아래에도 자리한 것이다.
여기에 10단 자동 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통해 주행 상황에 따른 최적의 출력 배분을 과시하여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그리고 만족스러운 주행 성능을 연출했다. 참고로 에스컬레이드 ESV AWD 모델은 미국 기준 17MPG, 즉 7.2km/L의 효율성을 갖췄다.
대담하고 또 강렬하게 달리다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 거대한 존재는 마치 ‘일반 면허로는 다루지 못할’ 존재처럼 느껴진다.
도어를 열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사이드 스텝을 밟고 시트에 오르면 주변을 내려보는 듯한 폭군의 감성이 느껴진다. 여기에 그렇게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캐딜락 고유의 ‘드라이빙에 집중하게 만드는 시야 배분’이 느껴져 무척 인상적이다.
시동과 함께 전해지는 V8 엔진의 존재감은 황홀하다. 환경 규제와 계속 이어지는 효율성에 대한 잣대로 인해 모두가 다운사이징을 외치고 있는 지금의 세태를 향해 마치 일갈하는 듯한 그 원초적 감성은 무척 매력적이다. 하지만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2.7톤이 넘는 이 체격은 감당할 수 있는지 부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어 레버를 당기고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윈드실드 앞쪽에서 느껴지는 V8 엔진의 존재감과 ‘2.7톤의 무엇?’라고 묻는 듯한 두터운 펀치감이 전해진다. 말이 V8 엔진이지 사실 타 브랜드와 비교한다면 ‘어지간한 하이엔드급’ 포지셔닝을 갖고 있어 움직임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RPM을 끌어 올리고 속도를 높이면 V8 엔진의 완성도에 감탄을 하게 된다. 기민하거나 또 섬세한 그런 엔진은 아니지만 대배기량 엔진 고유의 감성을 충분히 살리면서 엔진 곳곳에 적용된 첨단 기술들이 더욱 완성도 높고 지속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드 ESV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을 돕는다.
여기에 10단 변속기 또한 매끄럽다.
정속 주행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기어를 끌어 올려 낮은 RPM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며 정속 주행을 하던 중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면 킥 다운을 하여 출력을 끌어 내기 보다는 낮은 RPM부터 높은 RPM 영역까지 이어지는 풍부한 토크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분은 ‘미국식 차량’의 특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에스컬레이드 ESV와 같은 차량에게서 변속의 즐거움, 혹은 역동성을 찾을 필요는 없지만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10단 변속기는 정말 제 몫을 다하며 운전 상황에 최적화된 대응 능력을 과시해 달리면 달릴수록 그 만족감이 계속된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나 메르세데스-벤츠 GLS 보다는 미국의 밴타입 SUV를 떠올리게 한다. 밴 모델들은 대부분 여유로운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성향을 갖췄는데 에스컬레이드 ESV로 이러한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제동력의 분배에 있어서도 단번에 제동력을 100% 끄집어 내지 않고 리니어하게 제동력이 유지될 수 있돌고 하여 탑승자나 적재물이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지 않도록 했다. 혹자는 ‘브레이크가 밀린다’라고 말할 수 있는데 밴 타입의 차량들이 가진 일반적인 특성이다.
여기에 차량의 움직임 역시 거대한 배를 타고 있는 듯한 여유로움으로 완성된다. 육중하지만 견고하게 다듬어진 차체를 갖추고 있음에도 최대한 여유로운 미국적 감성을 대대적으로 드러낸다. 다만 운전자의 경우에는 노면의 감성과 피드백을 제법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드라이빙에 대한 감각을 잊지 않도록 했다.
게다가 여느 캐딜락들과 같이 체격이 무척 큰 존재임에도 막상 운전자가 주행을 해보면 차량의 크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게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이외에도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을 통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더욱 강조할 수 있는 ‘가변의 재미’ 또한 남겨뒀다.
실제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휠베이스가 길고 무게 중심이 높은 느낌이지만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견고하고 또 기민하게 반응하는 하체와 V8의 출력이 더욱 기민하게 발휘되어 특유의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한편 시승 중에 자유로를 달리며 에스컬레이드 ESV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스컬레이드 ESV는 약간의 정체는 있었지만 50.4km 길이의 자유로를 8.5L/100km의 기록으로 주파했다. 참고로 이를 우리의 표기 방식으로 환산하면 약 11.7km/L로 체급 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치다.
좋은점: 압도적인 존재감과 넉넉한 공간, 그리고 매력적인 V8
아쉬운점: 실내에 갖춰진 ‘아쉬운’ 고급스러움의 존재
에스컬레이드를 완성하는 에스컬레이드 ESV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를 캐딜락 코리아를 통해 만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의 이유가 있는 거도, 이에 그레이 임포터를 통해 국내에서 ‘제한적으로라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에스컬레이드 ESV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존재다. 실내에서는 약간 아쉬울 수 있어도 누구라도 이목을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존재감과 V8 엔진을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드라이빙, 그리고 ‘캐딜락이 갖춘 유니크 & 럭셔리’ 또한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탐할 수 밖에 없는 존재, 에스컬레이드 ESV는 ‘원래 그런 존재’인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차량 협조: 카스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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