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민주당 의원 발의 법안에 정부 입장 담겨”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된 첫날부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소속 위원들이 ‘꼼수 입법’ 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가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관련한 정부 입법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정부 입장을 담았다”고 맞섰다.
사개특위는 16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사법개혁 관련 법안 22개를 일괄 상정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ㆍ경 수사권조정을 위해 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법이 정부 입장을 대표하는 법안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정부안은 제출되지 않았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다수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인 만큼 의원 입법과 함께 논의해 바람직한 법안을 만들면 따르겠다는 입장이라 독립적인 정부안을 발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야당 의원들은 ‘눈치보기’, ‘책임회피’라며 박 장관을 강하게 질타했다. 윤상직 한국당 의원은 “권력기관 간 이해상충이 극심하니 눈치를 보느라 안을 못 낸 거 아니냐”며 “의회를 무시해도 유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철규 의원은 “개인간 의견 차이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모든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겠다는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백 의원의 법안은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상당 부분 다르다”며 의원입법이 정부안을 잘 정리했다는 해명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은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행정부 의견을 꼭 법안형태로 받아야 논의할 수 있다면 사개특위는 정부안 제출 이후 출범했어야 한다”며 “이런 논쟁을 하면서 법안 심의도 못한다면 국민께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혜련 의원도 “정부가 법률안을 냈느냐 안 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 기관 의견을 경청하고 국민 입장에서 합당한 안을 찾아내는 것이 국회의 의무”라면서 “개인적으로 개혁의 대상인 법원행정처에서 법률안을 내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사개특위는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 구성에도 진통을 겪고 있다. 박영선 위원장은 “원래 검ㆍ경 개혁소위와 법원법조 개혁소위 두 개로 나눠 구성키로 했는데 3당 모두 검ㆍ경소위를 원해 합의가 안되는 상황”이라며 “검찰, 경찰, 법원법조 3개 소위로 나눠 한 분씩 간사를 맡는 게 어떻겠냐는 대안을 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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