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한 달 만에… 북미 기싸움 속 선제적 선의 부각
북측이 지난달 불법 입국해 억류된 미국 국민 1명을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미간 비핵화 및 평화구축 협상 교착이 길어지고 있지만 인도적 조치를 취했다며 신뢰를 어필하는 한편,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같은 전례를 다시 남기지 않겠다고 선전한 의도로 해석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6일 “10월 16일 미국 공민 브루스 바이론 로랜스가 조중(북중) 국경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불법입국하여 해당 기관에 억류되었다”며 “조사 과정에 로랜스는 자기가 미 중앙정보국의 조종에 따라 불법입국하였다는데 대하여 진술하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해당 기관에서는 미국 공민 로랜스를 공화국 경외로 추방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덧붙였다.
북측이 억류한 미국인을 풀어주는 것은 지난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국무위원장 특사’ 형식으로 석방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북측 주장에 따르면 이번 추방 결정은 억류 한달만에 이뤄져 이전까지 사례에 비해 상당히 빠른 진전으로 평가된다.
북측의 이 같은 결정은 현재 진행 중인 북미 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대북제재 완화와 이에 대한 비핵화 상응조치를 둘러싸고 북미 간 기싸움이 격해지고 있으나,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조치는 가능하다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협상 국면을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신뢰구축 조치의 일환인 셈이다.
또한 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풀려났다 숨진 웜비어(사망 당시 22세) 사건과 관련한 미국 내 반북(反北) 정서를 의식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측은 지난해 6월 조셉 윤 당시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편에 웜비어를 석방하며 “공화국 중앙재판소의 판정에 따라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돌려보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북미 관계를 타개하는데 선의를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게 배경이란 것이다. 또 북측의 이번 제스처가 15일(현지시간) 유엔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된 상황에서 나온 점도 주목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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