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발생한 남녀 쌍방 폭행사건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술자리 말다툼이 폭행으로 번지는 일이 드물지 않은 데도 이 사건이 유별나게 주목받는 것은 사건 당사자 남녀 그룹이 상대를 성적으로 비하ㆍ혐오했다는 이야기가 확산되면서부터다. 이 사건을 언급하며 남성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재 하루 만에 동의자가 30만명을 넘었다. 이에 맞서 해당 여성들의 발언 동영상을 거론해 남성혐오 사건이라며 여성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경찰이 초기 수사 상황을 언론에 설명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경찰은 음성이 들리지 않는 주점 내 CCTV 분석과 영업을 위해 오가다 상황을 단편적으로 목격한 주점 점주 조사를 마쳤지만 서로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 조사는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다투는 과정에서 남녀 혐오 표현이 있었는지, 누가 폭행을 시작했고 그 폭행이 위법행위로 볼 만한 것인지 등 사건의 인과관계나 중요 행위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SNS 등 온라인의 부정확하고 일방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시비를 가리려 들고 누군가를 처벌하라고까지 요구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지나쳤다 싶을 정도의 술자리 다툼으로 보이는 이 사건이 마치 남녀 성대결의 상징이라도 되는 듯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현상 자체도 우려할 만하다. 홍대 몰카 사건 이후 이어진 대규모 시위에서 보듯 ‘미투’ 운동 이후 특히 여성들이 이런 사건에 민감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 한편에서 남성들이 성폭력 무고 등 피해를 주장하며 ‘힘투’ 시위를 벌이는 등 남녀가 집단으로 성대결 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남성 중심 문화는 고쳐가야 마땅하다. 여성 차별은 제도는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민 모두가 여성 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새롭게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남녀 간 다툼을 성문제로 환원시킬 수는 없다.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고 해서 어떤 사건에서든 피해자인 것도 아니다. 사실관계도 분명하지 않은 사건을 두고 무턱대고 상대를 비난하려는 마음만 앞세우는 것은 여성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남녀 혐오만 부추길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