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조사국(CRS)이 공화당이 하원을 내준 지난 6일 중간선거 직전 대통령 직무 중지와 관련된 헌법 조항을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새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내년 새 의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미 의회 산하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CRS)의 토마스 닐 연구원은 “수정헌법 25조에서의 대통령 직무불능: 의회를 위한 헌법 규정과 관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중간선거 전날인 지난 5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보고서는 총 30쪽으로, 미 수정헌법 25조의 3절과 4절을 분석했다. 수정헌법 25조 3ㆍ4절은 대통령이 ‘직무 불능’ 상태에 빠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절차를 규정한 조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이나 급작스런 사고 등으로 의식이 없거나 신체가 마비된 경우”나 “정신 질환 탓에 어떠한 합리적 결정도 내릴 수 없을 경우”에 대통령 권한이 부정된다. 이 중 4절은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할 때, 부통령이 내각이나 의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 권한을 강제로 정지시키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다. 요건이 엄격한 탄핵 절차 대신에 손쉽게 대통령을 몰아내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물론 이 보고서는 학술적 관점에서 쓰인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얘기가 나오는 데다가, 민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작성돼 이목을 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보고서는 대통령이 권한 이양을 거부할 땐 “의회가 헌법적으로 엄청나게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즈(NYT)나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주류언론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25조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수 차례 보도한 바 있다. NYT는 9월5일 자신을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라고 소개한 익명의 제보자 기고를 통해, “내각 내에 수정헌법 25조를 적용하려는 속삭임이 초기부터 있었다”고 전했다. 같은 달 21일(현지시각)에는 로드 로젠스타인 미 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취해, 건강 상태를 이유로 수정헌법 25조를 적용할 내각 관료를 모으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WP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무능력 탓에 25조를 이용해 쫓겨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25조가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다. 25조 4절이 발동되려면 부통령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릴 것이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중간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의결 정족수인 양원 의원의 3분의 2를 맞추지 못한 것 역시 난점이다. 보고서 역시 “4절은 (법의도상) 매우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적용을 고려조차 해선 안 된다.”고 적었다.
김현종 기자 choikk999@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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