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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루니

입력
2018.11.16 09:54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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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웨인 루니가 자신의 마지막 A매치였던 16일 미국과 평가전 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잉글랜드 웨인 루니가 자신의 마지막 A매치였던 16일 미국과 평가전 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내가 잉글랜드에 온 이래 발견한 최고 유망주다.”

2002년 10월 19일, 만 16세에 불과했던 에버턴 유스 출신의 소년이 아스날을 상대로 종료 1분 전 결승골을 터뜨리자 적장이었던 아르센 벵거(69) 감독이 한 말이다. 벵거 감독의 눈을 사로 잡은 선수는 웨인 루니(33ㆍDC 유나이티드). 그의 득점은 당대 최강 팀이었던 아스날의 30경기 무패 행진을 끝냈다.

루니는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애칭)’의 일원으로서도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는 2003년 2월 호주전에서 17세 111일의 나이에 A매치(국가대항전) 데뷔전을 치렀고 그 해 9월 마케도니아전에서 17세 317일의 나이로 골을 넣어 두 부문 모두 당시 잉글랜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로 2004 때는 조별리그에서만 4골을 터뜨려 ‘축구황제’ 펠레(78)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루니가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잉글랜드는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 평가전을 치렀다. 루니의 잉글랜드 대표팀 고별전이었다.

킥오프를 앞두고 루니는 4명의 자녀와 함께 잉글랜드와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양쪽으로 도열한 사이를 가로질러 그라운드에 입장했다. 팬들의 환호 속에 그는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삼사자 문양’이 새겨진 기념패를 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A매치 120경기째를 맞은 루니는 예고대로 벤치에서 대기하면서 후배들의 득점 장면을 지켜봤다.

잉글랜드는 전반을 2-0으로 앞서며 경기를 쉽게 풀어갔고 개러스 사우스게이트(48) 잉글랜드 감독은 마침내 후반 13분 벤치에서 몸을 풀던 루니를 호출했다. 비장한 표정으로 등번호 10번 유니폼을 입고 주장 완장을 건네 받은 그는 웸블리 구장을 가득 채운 홈 팬들의 기립 박수 속에 그라운드에 나섰다. 잉글랜드는 후반 32분 한 골을 더 보태 3-0으로 완승했다.

루니는 후반 종료 직전 페널티지역 상대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회심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는 경기 후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물론 대표팀 선수들과 잉글랜드 축구협회에 감사 드린다”라며 “정말 대단한 밤이었고 가장 완벽하게 대표팀 경력을 마무리했다. 아쉽게 골은 넣지 못했지만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막내아들은 아빠가 대표팀에서 뛰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라며 “우리 가족에게는 엄청난 추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대표선수 역대 최다 골(53골) 기록 보유자인 루니는 “앞으로 해리 케인(25ㆍ토트넘)이 대표팀 역대 최다 골 기록을 깨줄 선수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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