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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시작부터 삐걱… 결제업계 “불참” 은행 “수수료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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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시작부터 삐걱… 결제업계 “불참” 은행 “수수료 손실”

입력
2018.11.16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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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제로페이 시범사업 개요_신동준 기자/2018-11-15(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제로페이 시범사업 개요_신동준 기자/2018-11-15(한국일보)
서울시의 소상공인 간편결제 가맹점 모집 안내 화면.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서울시의 소상공인 간편결제 가맹점 모집 안내 화면.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도입하는 소상공인간편결제, 이른바 ‘제로페이(서울페이)’가 다음달 시범사업을 앞두고 삐걱대고 있다. 무리한 추진이라는 지적 속에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발을 빼고 수수료 부담을 떠안은 은행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사업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로페이는 다음달 17일 시범도입에 들어간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휴대폰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게에 설치된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현금이 지불되는 구조다. 카드사-부가통신사업자(VANㆍ밴사)-전자지불대행사(PG) 3단계를 거치는 카드결제에 비해 결제구조가 단순하고 무엇보다 카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물론 제로페이도 은행 계좌이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건당 200~300원가량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서울시는 은행과의 협약을 통해 가맹점 매출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수수료를 경감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 매출액 8억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가 면제되고, 8억~12억원은 판매액의 0.3%, 12억원 초과는 0.5%를 수수료로 내면 된다. 신용카드 수수료율(0.8~2.3%)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 사업엔 18개 은행과 네이버, 페이코 등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나 당초 참여하기로 한 비씨카드와 카카오페이는 최근 서울시의 최종 사업운영안을 확인한 후 불참을 선언했다. 국내 280만 가맹점을 보유한 비씨카드와 2,300만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페이는 제로페이 확산에 속도를 붙일 핵심 사업자로 꼽혀온 터라, 이들의 불참으로 사업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불참 이유에 대해 “계좌 기반 결제 방식에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로페이가 은행간 계좌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보니 카드결제 기반의 자사 인프라와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사업안이 확정된 뒤 기존 카카오페이 가맹점과 이용자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검토한 결과 참여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가 보급한 QR코드 결제 체계와 제로페이의 QR코드가 호환되지 않는 점이 이탈 사유가 됐다는 분석 한편으로, 카카오페이가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한정돼 있는 데다 실익도 크지 않아 ‘제 살 깎아먹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던 터라 참여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은행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없애자는 취지는 좋지만 그 부담이 고스란히 은행으로 전가되는 구조인 탓이다. 극단적 가정이긴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서울시 66만 자영업자가 모두 가맹점에 가입해 제로페이가 시내 주요 결제수단이 될 경우 은행이 포기해야 하는 수수료 수입이 연간 최대 76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은행들은 막대한 수준의 시스템 구축 비용을 분담하라는 압박도 받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제로페이 플랫폼 초기 설치비용으로 39억원, 연간 운영비로 35억원가량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은행 팔을 비틀어 추진하면서 생색은 정부와 서울시가 낸다’는 뒷말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은행에 부담을 떠넘기며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도 문제”라며 “계열 카드사의 수익 악화도 뻔한데 정부가 밀어붙이는 사업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7월 업무협약(MOU) 당시 11곳이던 참여 은행 수가 오히려 늘어난 점을 들어 “은행들이 미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관치금융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행이 당장의 수수료 수익보다 결제시장 진출이나 소비자 확보 등 잠재력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러나 “수수료를 낮추는 수준이 아니라 ‘제로(0)’를 목표로 삼으면서 정부가 가격에 개입한 꼴이 됐다”며 “지금은 서슬 퍼런 정부가 지켜보고 있어 은행이 참여를 안할 리 없지만 수익모델이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내다봤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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