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정부 당국과 금융권, 재계의 눈과 귀가 KT&G 대전 본사로 쏠렸다. 사실상 정부 측이 반대 의사를 표시한 백복인 현 KT&G 사장의 연임 여부가 이날 주주총회에서 주주 표 대결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었다.
애초 백 사장 연임은 별문제 없이 이뤄질 거로 보였다. 하지만 KT&G 2대 주주인 기업은행(7.53%)이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서며 분위기가 급변했다. 기획재정부가 기업은행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 주주라 시장은 정부가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시그널을 기업은행을 통해 보낸 것으로 봤다. 민영화됐지만 KT&G가 과거 공기업이었고, 정부 허가 아래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반대하는 인사가 연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주주 간 표 대결 결과는 백 사장의 완승이었다. 백 사장 연임에 찬성한 주식 수는 전체의 72%에 달했다. KT&G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10.45%)이 ‘중립’ 의견을 내놓은 데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이 백 사장의 연임 찬성을 권고하자 외국계 주주들은 백 사장 연임에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사실 KT&G는 2015년부터 전임 사장이 불법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안정적인 경영 상태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뒤이어 사장 자리에 오른 백복인 현 사장도 비슷한 혐의로 검찰 수사의 타깃이 돼 장기간 재판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백 사장이 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데 이어 연임에도 성공하자 흔들렸던 KT&G 경영은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 사장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백사장 취임 후 KT&G 실적이 지속해서 개선됐기 때문이다. 백 사장이 취임한 2015년 KT&G 연결 기준 매출액은 4조 1,698억원에서 지난해 4조 8,144억원으로 15% 증가했다. 지난해 KT&G 해외 매출도 1조 48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확산하는 금연 분위기로 국내 담배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주력 수출 시장이던 중동 지역 판매도 현지 규제로 많이 감소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KT&G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3,6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가까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와 홍삼,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KT&G는 전자담배가 대세로 자리 잡은 국내 담배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11월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릴’을 출시했다. 경쟁사 제품과 달리 연속 사용이 가능한 장점을 내세워 출시 11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다른 제품과 달리 수도권 위주에서만 판매한 결과라 의미가 크다. ‘릴’ 판매 호조의 영향으로 지난 3분기 기준 KT&G 담배 시장점유율은 62.6%로 전년 동기 대비 1.1%포인트 증가했다.
수출 물량 감소 문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개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누적 판매량이 28억 개비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26% 성장한 수치다. 아프리카 권역에서도 지속적인 시장 개척과 마케팅 활동을 통해 3분기에만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35억 개비 판매량을 달성했다. 몽골 지역에서도 ‘에쎄’ 등을 앞세워 현지 초슬림형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홍삼 사업 매출도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2%증가한 4,045억원을 기록하는 등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백복인 사장은 “홍삼과 제약, 화장품, 부동산 사업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안정적인 수익을 꾀하겠다”며 “특히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KT&G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