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조언가 카타니
이미지 메이킹 담당 셰이크
NYT “사우디 왕세자의 권력
기반 약화 여부 드러낼 풍향계”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에서 암살된 사건으로 인해, 그 배후로 여겨지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폭주’에도 제동이 걸렸다. 사우디 전문가들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 그의 강경 정책을 앞장서 추진한 수족과도 같은 두 실세 인물의 운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사우디 전문가들을 인용해 사우디 왕실 내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권력 기반 약화를 드러낼 만한 풍향계로 왕세자의 전 보좌진인 사우드 카타니(40)와 일반스포츠당국(GSA) 의장 투르키 셰이크(37)를 지목했다.
NYT는 이들이 무함마드 왕세자의 입지 강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충성파’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들은 무함마드 왕세자 직전에 왕위 계승권을 쥐고 있던 무함마드 빈 나예프 전 왕세자를 구금해 위협하고 왕세자 자리를 넘기라고 강요했다. 2017년 말 리야드 리츠칼튼 호텔에 왕자와 기업가 수백여명이 감금됐을 때 조사관을 맡기도 했다. 카슈끄지는 생전 미국 잡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왕세자는 이 두 사람 말고는 정치 조언가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카타니와 셰이크를 “매우 폭력적이고,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그들에게 도전하면 감옥에 갇히게 된다”고 묘사했다.
카타니는 소셜미디어 트위터 등지에서 사우디와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판하는 이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친, 왕가 직속의 미디어 담당 조언가였다.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이 2017년 카타르와의 관계를 단절할 당시 카타니는 ‘#블랙리스트’ 해시태그를 띄우며 친 카타르 인사 목록을 작성하자고 촉구했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터키 언론은 카타니가 화상통화 애플리케이션 ‘스카이프’를 통해 암살단에 직접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카타니는 지난달 20일 왕실 조언가 직위에서 파면됐으며, 현재 카슈끄지 암살 관여 혐의에 대해 사우디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셰이크는 외형상 카타니보다는 덜 강경한 인물로, 주로 서방을 향한 이미지메이킹을 담당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보디가드 출신으로 왕세자의 환심을 산 그는 다른 국가의 스포츠장관 격인 일반스포츠당국(GSA) 의장으로 취임하면서 사우디를 국제사회 스포츠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무제한 예산 투자를 약속 받았다. 사우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축구장 출입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인물도 그다. 셰이크의 가장 큰 업적은 미국 프로레슬링 기업 WWE의 행사를 사우디에 유치한 것이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 때는 미국에 머물렀고 대외활동을 자제했지만, 이달 초 프로레슬링계 ‘전설’ 헐크 호건이 사우디를 방문하자 그를 영접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아랍걸프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스미스 디완 선임상주연구원은 NYT에 “이들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이고 ‘사우디 우선주의’적 정책 태도를 국내외에 전파한 인물”이라며 “초국가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사우디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국내외 인사들이라면 이들의 세력 약화를 기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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