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제안, 사법신뢰 회복 열망 담아
사법농단 미온 대처 책임 사법수뇌,
판사들 의지 사법개혁 동력 삼아야

안동지원 판사들의 사법농단 판사 탄핵결의 발의 제안 소식에 그들의 고민이 궁금해졌다. 지원장 이하 판사 6명 전원이 초유의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전화를 했지만 번번이 연결은 되지 않았다. 해서 그들의 탄핵발의 제안 전문을 밑줄을 쳐 가며 다시 읽었다. 논리 정연했다. 전문 1,675자에 불과했지만 구성이 탄탄했다. 법을 몰라도 탄핵발의 결론에 다다른 법리적 논거의 흐름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자구 하나, 표현 하나 꼼꼼하게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 그들 고민의 처음과 끝 딱 하나, 사법농단 사태로 추락한 사법 신뢰 회복이었다. 그리고 탄핵발의는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한 자연스러운 법리적 귀결이자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였다.

그들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재판독립 침해 행위를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듯했다. 상당수 재조ㆍ재야 법조인들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서법과 거리를 두는, 실정법의 취지와 요건을 따지는 법 전문가로서의 태도가 엿보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형법상 범죄가 아니어도 재판(사법)독립 침해 행위를 묵과할 순 없다 했다. 구체적 재판독립 침해의 유형을 적시한 뒤, 그런 행위는 재판독립을 보장한 헌법을 위반한 만큼 헌법이 정한 ‘사후 교정 절차’인(이라고 썼지만 처벌이라 해도 될) 탄핵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결론냈다. 그것이 사법부를 인권과 정의의 최후 보루로 여기는 국민에 대한 사법부의 ‘최소한의 실천적 의무’라는 말과 함께.

명징(明澄)했다. 탄핵발의 제안이나 탄핵 자체의 타당성을 말하는게 아니다. 사법부가 신뢰 회복을 위해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을 고민하고, 토론하고, 그 결과로서 탄핵을 길어올린 과정을 일컬음이다. 안동지원 판사들의 탄핵 결론만 놓고 적절성,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인구 31만여명의 3개 시군을 관할하는 작은 법원의 판사들이지만 그들의 고민은 깊었고, 결론의 울림은 컸다. 그들도 논의 과정에서 작금의 상황과 법리를 놓고 다투었을 것이다. 재조ㆍ재야를 불문하고 모든 법조인들이 던지는 질문을 그들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더구나 국회에 동료 판사 탄핵을 요구하자는 것은 보수적인 법원 분위기상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라고 선배, 동료 판사들의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럽고 두렵지 않았겠나. 나는 오히려 모든 것을 감내할 각오로 탄핵발의를 거론한 안동지원 판사들에게서 사법부의 펄떡이는 생명력과 희망을 보았다.

애초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 법관들이 말로만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낼 게 아니라 사법농단 해결의 첫단추부터 제대로 꿰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니 그들의 탄핵발의 제안은 사법농단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수뇌부에겐 치명적 일격이다. 고위 법관들 사이에선 안동지원 판사들을 ‘너희들이 판사냐’며 힐난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고위 법관들에게 묻고 싶다. 국민의 사법 신뢰 회복이 말만 한다고 이뤄지나? 사법농단의 책임을 묻지 않고 사법개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특별재판부 구성 등에 헌법 위반 운운하는 것을 보면 ‘꼬리 자르기’ 셀프 개혁으로 국민을 다시 기망하려는 것 아닌가? 사법부에서 개혁을 향한 어떤 진정성도 못느끼는 국민들의 이런 물음에 고위 법관들은 무엇을 할 것인지 답을 해야 한다.

그들의 정점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있다. 그는 사법 기득권과 거리가 먼, 그래서 사법개혁의 적임자로 평가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도무지 모르겠다. 사법농단 사태 처리에 대한 입장, 법원행정처 폐지를 포함한 사법개혁의 속도와 수위에 대한 입장 등 모든 것이 애매하다. 개혁을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김 대법원장의 모호성이 사법부가 직면한 혼돈과 혼란의 한 원인일지 모른다. 김 대법원장이 안동지원 판사들의 결연한 의지에서 사법개혁과 신뢰 회복의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전국의 ‘안동지원 판사’들을 응원한다.

논설실장 apri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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