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촬영한 신혼부부들의 결혼사진. 비바소울스튜디오 제공.

제주지역에서 결혼할 때 소요되는 모든 비용이 2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남들 만큼’ 해야 한다는 체면문화 때문에 결혼 피로연에 드는 비용이 전국 평균의 2배를 넘었다. 또 ‘겹부조’라는 제주만의 부조 문화로 축의금 부담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제주에서 최근 3년 이내에 결혼한 신랑ㆍ신부와 3년 이내 결혼을 한 자녀를 둔 혼주 등 총 5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주지역 결혼문화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제주지역 결혼 총비용은 신혼주택 1억4,189만원, 결혼식 비용 1,949만원, 혼수 1,379만원, 예단 1,018만원, 신혼여행 568만원, 예물 597만원 등 1억9,701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 2억2,974만원에 비해서는 3,000만원 가량 낮았다. 이는 제주지역 주택 마련 비용이 전국과 비교하면 2,600만원가량 낮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결혼식 비용은 제주가 1,949만원으로, 전국 평균 1,617만원보다 높았다. 특히 결혼식 당일 피로연 비용이 1,486만원으로 전국(574만원)의 2.6배에 달했다. 과거 3일에 걸쳐 결혼식과 잔치를 치르는 결혼문화가 있던 제주에서는 최근까지도 피로연을 결혼식 당일 오전부터 오후 6∼7시까지 하루 종일 하는 경우가 많아 비용도 많이 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제주지역 결혼식 하객 수와 축의금 규모도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역 결혼식 하객은 평균 474명으로, 전국(264명)의 1.8배 많았다. 축의금 규모는 부모가 받은 금액은 3,020만원, 자녀 1,297만원 등 총 4,317만원으로 조사돼 전국(1,766만원)의 2.4배에 달했다.

축의금 관련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결혼 축의금에 대해 69.8%, ‘겹부조’에 대해 80.5%가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결혼 축의금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84.6%로 나타났다. ‘겹부조’는 제주의 특이한 상조문화로, 본인의 경조사 때 자신에게 부조를 줬던 사람들 모두에게 부조를 하는 풍습이다. 결혼식을 예를 들면 신랑과 신랑 아버지로부터 본인의 경조사 때 부조를 받은 적이 있으면, 신랑과 신랑 아버지 모두에게 축의금을 주게 된다. 최근 들어 겹부조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민들은 여전히 겹부조를 하고 있다.

제주지역 결혼문화의 문제점으로는 친구 피로연에서의 성적인 놀이문화(85.3%), 겹부조(79.2%), 온종일 음식을 접대하는 피로연(67%), 답례품 지급(60.4%) 순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결혼방식은 실속 있는 결혼식(94.9%), 당사자 주도 결혼식(84.8%), 2~3시간 이내의 피로연(69.1%), 100인 미만 소규모 결혼식(65.3%)으로 조사됐다. 또 신랑측의 신혼집 마련 부담 의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가 60.8%로 나타났고, 결혼비용을 신랑ㆍ신부가 동등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데는 90%가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지역 결혼문화의 호화ㆍ사치 풍조의 원인과 문제점의 원인으로는 ‘남들만큼’ 해야 한다는 체면문화(48.7%)가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실제 결혼식 장소를 선택하는 기준이 경제성이나 편리성보다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결혼에 대한 인식과 실제 시행이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서 결혼 준비 단계에서부터 인식 개선을 통한 합리적인 결혼문화 조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원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름ㆍ바다ㆍ숲 등 다양한 결혼식 장소와 협력업체 발굴 지원, 제주 특성을 반영한 주택정책 수립ㆍ홍보, 제주 결혼포털 사이트 구축, 결혼 멘토단 운영, 작은 결혼식 모델 개발 및 활성화, 웨딩박람회 정례화 등 합리적인 결혼문화 활성화 등 합리적인 결혼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 방안을 제시했다.

이은희 제주여성가족연구원장은 “이번 연구는 제주지역 결혼비용에 대한 지역사회의 첫 번째 실태조사로, 이를 근거로 합리적인 결혼문화 조성을 위한 정책이 다각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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