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성급한 면이 있다.”
아이를 출산한 가정에 매월 최대 70만원을 지원하는 강원도의 육아기본수당 지원사업을 놓고 말들이 많다.
강원도는 최문순 지사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출산 가정에 1년간 매월 70만원, 이후 3년간 매월 50만원을 지원하는 육아기본수당을 편성했다. 4년 동안 아이 1명에게 지원하는 금액이 2,640만원에 달한다.
이를 위한 예산은 내년 347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807억원 △2021년 1,267억원 △2022년 1,727억원으로 꾸준히 늘 전망이다. 4년간 모두 4,100억원 가량의 혈세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강원도와 18개 시군이 절반씩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
강원도의 출산율은 지난 5월 태어난 아기가 700여명에 그칠 정도로 심각하다. ‘세금을 들여서라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주자’는 정책이 등장한 이유다.
문제는 재정자립도가 30%를 갓 넘는 강원도의 재정이다.
전문가들은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하나인 강원도가 한번 시작하면 축소하거나 되돌리기 힘든 대형 복지사업을 지속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강원도는 일단 이 사업을 몇 년 이라도 해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육아수당 신설을 허락할 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부담에 따른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육아수당이 저출산 문제 해결은커녕 포퓰리즘 논쟁만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춘천시민 정창현(44)씨는 “저출산의 원인은 교육여건과 부동산, 의료서비스 등 삶의 질과 얽힌 것으로 세금을 들여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4년간 2,600만원이 넘는 지원을 받은 아이가 정작 취학연령이 돼 교육환경이 좋은 타지로 가면 어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 지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원도의원들마저 비판에 가세했다.
주대하 의원은 강원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기반 조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2020년 이후로 사업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주 의원은 이어 타 지역에서 비슷한 사업을 펼쳤다가 초기에만 출산율이 반짝 올랐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장덕수 의원은 “이미 시ㆍ군이 시행하고 있는 출산장려금과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며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도 강원도의 육아수당 도입에 대해 비혼자 증가 등 저출산을 부른 요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설익은 정책이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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