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컴백 대전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키워드 중 하나는 컬래버레이션이다. 한 장르의 '레전드'로 불릴 만큼 많은 이들에게 인정 받는 선배 가수들이 실력 있고 트렌디한 후배 가수들과 함께 선보이는 결과물은 올 가을 가요계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이문세, 김조한, 드렁큰타이거, 봄여름가을겨울의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이문세는 지난달 정규 16집 '비트윈 어스(Between Us)'를 발표했다. 열여섯 번째 정규앨범임에도 이문세의 음악이 변함없이 새롭게 다가오는 건 끊임없는 시도 덕분이다. 16집에는 개코, 헤이즈, 선우정아, 잔나비, 김윤희, 임헌일 등 다양한 장르의 후배들이 참여했다. 이문세는 이들과 함께 폭 넓은 스펙트럼은 물론 역대급 소화력까지 보여줬다.
봄여름가을겨울은 데뷔 30주년을 맞아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프로젝트 캠페인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혁X이인우, 윤도현X정재일, 10cmX험버트, 황정민X황춘호, 윤종신X최원혁·강호정, 장기하X얼굴들 전일준, 데이식스X차일훈, 어반자카파X에코브릿지, 이루마X대니정이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들을 선곡하고 다시 불렀다.
타이거JK는 14일 드렁큰타이거로서 마지막 앨범인 정규 10집을 발표하고 활동 종료를 알렸다. 10집은 2장의 CD로 구성돼 총 30곡이 담겨 있다. 윤미래, 랩티미스트, 비지, 주노플로 등 필굿뮤직 식구를 비롯해 방탄소년단 RM, 세븐틴 버논, 도끼, 슈퍼비, 면도, 김종국, 은지원, 데프콘, 하하 등 상상을 뛰어넘는 컬래버레이션 주자들도 함께 했다.
김조한은 오는 18일 새 싱글 '스틸 인 러브(Still in Love)'를 발표한다. 크러쉬가 작곡, 하이라이트 용준형이 작사한 노래다. 두 사람이 예전부터 리스펙트하던 선배를 위해 흔쾌히 곡을 선물하며 특급 조합이 성사됐다. 김조한은 특유의 소울풀한 목소리로 후배들이 쓴 가사와 멜로디를 부르며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발라드 황제' 이문세, '대중음악의 자존심' 봄여름가을겨울, '힙합 대부' 드렁큰타이거, 'R&B 대디' 김조한은 수십년의 활동 덕분에 수식어 만으로 설명된다. 그럼에도 매번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레전드'라는 타이틀이 따른다.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트렌디한 대중성까지 잡은 후배와의 협업이 레전드의 가치를 더욱 드높이고 있다.
실제로 이문세는 16집 발매 당시 음악감상회를 통해 "여전히 무대에 설 때가 가장 두렵다. 진정성 있게 더 큰 감동을 드리고 싶어서 늘 탐구하고 트렌디해지려고 애쓴다"고 밝혔다. 김조한 또한 '스틸인러브' 이전에 UV와 함께 한 '조한이형'으로 장르를 불문한 협업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런 레전드의 마음가짐은 그 자체로 귀감이 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가치도 있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은 "후배들이 많은 고민을 했더라. 정성이 느껴져 감사하다"며 "후배들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전했다. 드렁큰타이거 또한 "음악 잘 하는 후배들과의 작업 과정에서 스스로 갖고 있던 선입견이 많이 파괴됐다"는 협업 후기를 밝혔다.
이처럼 선배와 후배의 컬래버레이션은 서로에게 다른 의미의 배움을 선사한다. 그 뿐만 아니라 선배의 도전 정신, 후배의 리스펙트가 더해져 탄생한 기대 이상의 시너지가 리스너들에게도 더 큰 즐거움을 안겨줘 더할 나위 없는 윈윈이 되고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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