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이 다방커피를 마시는 모습이 그려진 맥심 커피믹스 특별판이 카카오톡을 통해 판매가 시작됐다. 스마트폰 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와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커피믹스,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이 조합에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시험 마케팅용으로 내놓은 2,000박스(박스당 260 봉지)가 하루 만에 동났다. 올 상반기에는 소화제 음료 활명수와 고유의 부채 모양 로고가 그려진 게스(GUESS) 티셔츠가 완판됐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국내 장수 브랜드들이 젊은 브랜드와 손잡고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디자인을 바꾸거나 독특한 행사를 진행하며 서로 시너지를 내는 ‘올드 앤 뉴’ 협업 전략이 유통업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다방커피’로 불리는 커피믹스 시장의 주 고객은 중장년층이다. 젊은 층은 커피믹스보단 전문점의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를 선호한다. 고객층을 20, 30대로 넓히기 위해 동서식품은 대표 커피믹스 브랜드 맥심의 박스 디자인에 라이언과 무지, 튜브, 어피치 등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입혔다. 1980년대 출시 이후 줄곧 비슷한 디자인을 고집해온 맥심으로선 획기적인 변신이다. 고은혁 동서식품 마케팅 매니저는 “맥심의 브랜드 파워와 연령을 뛰어넘는 카카오프렌즈 인기의 시너지 효과로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121년 된 국내 최장수 브랜드 활명수는 오랜 전통의 부채표 로고와 상품명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게스 티셔츠와 청바지, 가방 등에 새겼다. 지난 4월 발매된 게스의 부채표 로고 상품 3,000여개가 완판됐다. 소비자들 관심에 힘입은 활명수 제조사 동화약품은 이번엔 역삼각형과 물음표 모양의 게스 로고와 청바지 무늬를 넣은 한정판 활명수를 10월 출시했다. 젊고 자유분방한 느낌을 살려 ‘옛날 소화제’라는 이미지를 벗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푸드는 젊은이들의 관심을 받는 아프리카TV와 함께 1981년 출시된 아이스크림 빠삐코를 알리기 위한 콘테스트를 지난 7, 8월 진행했다. 중년층에겐 익숙하지만 요즘 10, 20대에겐 낯선 빠삐코 CM 송에 맞춰 만든 개성 있는 영상들을 시청자들과 함께 선정해 시상했다. 본선이 열린 날엔 이 콘테스트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5위를 기록했고, 8월 빠삐코 매출도 지난해보다 6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젊은 이미지나 신생 브랜드와의 협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장수 브랜드도 적지 않다. 정식품의 두유 브랜드 베지밀은 50대 이상이 주로 찾는다. 정식품 관계자는 “연령대에 따라 선호도가 비교적 뚜렷한 만큼 현재로선 충성 고객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랜드 이미지나 기업 문화가 전혀 다른 제품이 만나는 만큼 협업 성사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장수 식품기업인 대상 관계자는 “협업 방식 등 서로 원하는 바가 맞아떨어지는 파트너를 신중하게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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