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 평택시에서 홀로 귀가하는 여성을 납치한 2인조가 12시간 만에 충남 천안에서 붙잡혔다. 납치 차량은 시ㆍ도를 넘나 들었지만 사건이 평택서, 경기남부경찰청을 거쳐 본청 상황실까지 일사천리로 보고돼 전국적 공조가 가능했다. 순찰차 추격에 당황한 일당은 납치 3시간 후 피해자를 풀어줬고 이후 검거됐다.
13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가 공개한 ‘자치경찰제 도입안’은 위 사례와 달리 광역 수사의 초동 대응과 관련한 혼란이나 부실 가능성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바는 강력수사를 담당하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간에, 혹은 자치경찰과 자치경찰간에 벌어질 수 있는 책임 떠넘기기다. 예를 들어 112로 신고된 성폭력(자치경찰 사무) 사건이 살인(국가경찰) 등 강력범죄로 확대되면, 단체장은 사건 수습보다는 국가경찰에 책임을 미루는 일은 없을까. 범죄자가 정당이 다른 단체장이 관할하는 지자체로 도주했다면 신속한 공조 대응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재선, 3선을 의식하는 단체장일수록 치적은 드러내고 과오는 감추려는 경향이 크기 마련이다. 주민 평가에 민감한 단체장이 사건 발생 사실을 숨기려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금도 강력사건이 일어나면 경찰은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로부터 “사건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민원에 시달린다.
지역사회 입김이 큰 토호와의 유착 가능성은 또 어떤가. 그들의 음주운전이나 성추행 범죄를 눈 감아주기 쉬운 구조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순찰차가 지역 유지나 ‘표 되는 동네’ 위주로 돌 것이라는 생각은 과연 기우일까.
분권위는 자치경찰에 대한 지휘ㆍ감독은 시도 경찰위원회가 하기 때문에 단체장의 권한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했지만 경찰위원 임명권이 시도지사에게 있다. 견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것이다.
자치경찰제도가 도입되면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이 이루어질 것이고, 지역의 치안 수요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권위적인 동사무소가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후 완전히 달라졌듯이 더 주민 친화적인 경찰이 될 터이다.
하지만 기자가 의문을 품는 이런 문제점들이 제도 도입에 앞서 해소되지 않는다면 자치경찰제는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모험주의 발상이라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일단 출발부터 하고 보완하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승임 사회부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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