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다가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백정 출신 자객이 백작 혈통으로 변신했다. 인기 배우 유연석(34)이 뮤지컬 무대로 돌아왔다. tvN 인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종방한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서다. 유연석은 조선말기와 일제강점기 초기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 션샤인’에서 백정 출신으로 일본 낭인 조직에 가담했다가 독립운동에 나서는 자객 구동매를 연기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유연석을 무대로 다시 불러 온 작품은 ‘젠틀맨스 가이드’. 2014년 미국 토니상 최우수뮤지컬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이다. 유연석이 뮤지컬 무대에 서기는 ‘벽을 뚫는 남자’, ‘헤드윅’에 이어 세 번째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공연 시연회에서 유연석은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의 저를 멀게 느낄 수도 있다”며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배우로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유쾌한 내용을 담고 있다.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흙수저’ 주인공인 몬티 나바로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8번째 후계자라는 걸 알게 된 나바로가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높은 서열의 가문 후계자들을 ‘제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극의 중심을 이룬다.
유연석은 드라마 촬영이 끝난 후 휴가를 위해 미국으로 향하던 비행기에서 대본을 읽은 후 작품에 빠졌다고 했다. “사실 쉬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는데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연말에 한바탕 웃을 수 있는 공연이에요.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무대 위의 오케스트라 음악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 또 영상으로 꽉 찬 무대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많습니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몬티에 의한, 몬티의 뮤지컬이다. 몬티의 회고록으로 시작해 몬티의 설명으로 극이 전개된다. 몬티는 무대에서 거의 퇴장하는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 받은 유연석은 무대에서도 배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몬티 역은 유연석과 김동완, 서경수가 번갈아 연기한다.
몬티가 백작 자리를 꿰차기 위해 ‘제거’해야 하는 다른 후계자들을 한 배우가 모두 소화한다는 점도 ‘젠틀맨스 가이드’의 볼거리다. 1인 9역을 맡은 배우 오만석, 한지상, 이규형은 가난한 평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오만한 백작, 청량하고 순도 높은 한량, 허영심에 가득 찬 자선사업가 등 장면마다 다른 배역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오만석은 “15~2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무대 밖에서 옷을 갈아입느라 무대 위에서보다 더 바빴다”며 “목소리, 자세, 제스처, 의상으로 약간씩의 차이를 줘 캐릭터가 잘 보일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이는 ‘젠틀맨스 가이드’는 내년 1월 2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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