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 징용 배상 판결 후 일본 내 반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가 일본 유명 음악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방탄소년단 멤버인 지민의 ‘원폭 티셔츠’ 논쟁으로 그룹의 일본 음악 방송 출연이 갑작스레 무산돼 K팝 아이돌그룹의 현지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와 다른 결과라 눈길을 끈다.
13일 오리콘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은 지난 7일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파트2’로 주간(5~11일) 싱글차트에서, 트와이스는 5일 낸 새 앨범 ‘예스 오어 예스’로 주간 앨범차트 1위에 각각 올랐다.
두 그룹의 1위엔 특별한 의미도 있다. 트와이스는 일본어 앨범이 아닌 한국어 앨범으로 1위를 차지했다. 트와이스가 한국어 앨범으로 오리콘 주간 차트 정상을 밟기는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해외 가수 최초로 발매 첫 주 40만 포인트를 넘겼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싱글 앨범 판매가 그만큼 폭발적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오리콘은 앨범 판매량을 점수로 환산해 순위를 내는데 방탄소년단의 점수는 45만 4,829점이었다. 일본에서 K팝 한류를 이끌고 있는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가 현지의 반한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이날 방탄소년단의 공연장엔 구름 같은 인파가 몰렸다. 공연장 주변엔 방탄소년단을 비판하는 1인 시위가 열리기도 했지만, 이 잡음과 관계없이 4만 5,000여 명을 동원할 수 있는 이 대형 공연장에서의 이틀 치 티켓이 모두 동이 났다. 방탄소년단은 일본 가수들이 ‘꿈의 무대’라 불렀던 도쿄돔에서 14일까지 공연을 잇는다. 방탄소년단은 도쿄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교세라돔, 나고야 나고야돔 등에서 공연을 열어 현지에서 38만 관객을 불러 모을 예정이다.
트와이스도 돔투어를 내년 일본에서 연다. K팝 여성 그룹의 돔 투어 개최는 트와이스가 처음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독도를 방문한 뒤 일본 지상파 등 주류 미디어에선 K팝의 배척이 암암리에 이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가 한국과 일본의 차가워진 정치적 관계에서도 성과는 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현지에서 K팝 소비층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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