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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BTS로 한일갈등 증폭 노려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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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BTS로 한일갈등 증폭 노려선 안돼

입력
2018.11.12 18:44
수정
2018.11.12 19: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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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 상황을 분석한 미국 대중 음악매체 빌보드의 관련 기사. 빌보드 온라인 캡쳐.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한일 양국의 갈등 상황을 분석한 미국 대중 음악매체 빌보드의 관련 기사. 빌보드 온라인 캡쳐.

한일 양국에서 이른바 ‘원폭 티셔츠’로 촉발된 방탄소년단(BTS) 논란이 뜨겁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두 나라 모두에서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일관계를 더욱 꼬이게 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BTS를 비판(지지)하는 일본(한국)을 서로 ‘적’(敵)으로 규정하는 허약한 인식으로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은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해 촬영된 BTS 멤버 지민이 입은 티셔츠 영상이 발단이 됐다. 한국 업체가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출시한 것으로 영어로 애국심ㆍ우리역사ㆍ광복ㆍ한국이란 단어와 원자폭탄 투하 사진, 만세를 부르는 한국인들 사진이 프린트됐다. 그러나 도쿄(東京)스포츠가 지난달 이를 BTS의 ‘반일 활동’으로 지적했고, 논란 끝에 9일 TV아사히(朝日) 음악방송 출연이 취소되면서 양국 간 ‘혐한’과 ‘반일’을 선동하는 소재가 됐다.

일본에선 기다렸다는 듯 BTS의 과거 행적을 들춰 향후 활동에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리더 RM이 2013년 광복절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적은 트윗이 도마에 올랐고, NHK 홍백가합전 등 연말 방송출연 무산 보도가 나왔다. NHK는 홍백가합전의 사회자만 확정한 상태지만 논란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사실상 출연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본 극우단체들도 혐한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극우단체인 ‘행동하는 보수운동’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13일 BTS의 도쿄 공연장 앞에서 규탄 집회를 예고했으나 다행히 일본 내 BTS팬의 항의로 취소했다.

한국 쪽에서도 ‘반일 정서’ 자극에 활용하는 움직임이 드러난다. 일본에서 1년 전 일로 BTS를 비판하는 것에는 의도성이 엿보인다. 그렇다고 일본을 비판하기 위해 BTS를 과도하게 영웅시하거나 티셔츠에 대한 온당한 지적을 ‘친일’의 굴레로 가둬버리는 것은 일본 내 혐한을 부채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태평양전쟁 말기 원폭으로 광복이 앞당겨진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인류의 비극’이란 의미도 크다. 때문에 원폭 사진을 통해 광복을 기념하는 것은 한국을 벗어나면 일본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공감을 얻기 힘들다.

당시 일본에선 20만명 이상이 숨졌고 이중 재일 조선인도 4만명에 이른다. 조선인 피폭자도 3만여명에 달한다. 이후 식민피해와 원폭피해라는 이중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국내 원폭피해자들의 고통을 인식했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임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일갈등이 증폭될수록 양국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반사 이익을 얻는 세력들은 누군가. 답이 뻔한 만큼 이번 논란에 두 나라 모두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김회경ㆍ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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