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카렌스를 운전해 온 유용진씨가 슬퍼할 만한 소식이 있다. 현대ㆍ기아차동차에 따르면 1999년부터 생산해 판매됐던 카렌스가 7월 단종됐다. 차를 바꿀 의향이 없다던 유씨였지만, 정작 카렌스의 단종 소식을 전하자 “어머나! 사실이에요?”하며 되묻는다. 어지간히 서운한 모양이다. “최근 자동차정비센터에서 정기점검을 받았는데 10년은 더 끌 수 있다고 하더군요. 더 몰아야겠네요.”
그러나 속상해하긴 이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유씨 같은 수동변속 차량 운전자들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준중형 해치백 모델인 벨로스터 N과 i30 N라인에, 기아차는 준중형 모델인 K3에 수동변속기 사양을 추가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기존에 소수의 마니아층 위주로 형성되던 모터스포츠 문화의 저변이 확대되고, 국내 자동차 문화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차를 단순히 탈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즐길 거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동변속 차량의 판매(중대형 상용차 제외) 비중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6년 8.2%, 2017년 6.5%, 2018년(1~10월) 4.6%로 갈수록 수동변속기 모델의 판매는 하락세다. 수동변속 차량은 주행 상황에 따라 매번 클러치를 밟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어 도심에서 주행할 때 운전 피로도가 높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시장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자동차 업체들이 수동변속기 모델의 생산에 눈을 돌린 이유는 젊은층의 욕구를 무시할 수 없어서다. 현대ㆍ기아차는 “자동차 업체들도 많이 판매되는 차를 파는 것이 단기적 관점에서는 이익이 될 수 있으나, 브랜드 이미지를 보다 젊게 개선하고 미래 세대에 흥미로운 브랜드로 접근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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