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우클릭 행보에 한국당 행사도 말없이 참석하자… 바른미래당 지도부 분위기 변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2일 자당 소속 이언주 의원을 향해 “당적과 관련해 바른미래당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중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 이 의원의 거침없는 ‘우클릭’ 행보를 지켜보던 손 대표가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손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의원이 지난 9일 자유한국당 청년특위에서 강연하면서 한국당 이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보도를 봤다”며 “다른 당 행사에 참여하면서 당과 아무런 협의와 요구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에 공모한 당원으로서 정체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라고 극찬하는 등 보수색 짙은 발언을 쏟아내며 여의도 최고 이슈 메이커로 부상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 의원에게 자제를 당부할 경우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한다는 당 정신과 배치될 뿐 아니라, 논란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대응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 의원이 당과 어떤 교감도 없이 한국당 개최 행사에 강연자로 나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도부 내 분위기도 확 변했다고 한다. 강연 소식이 논란이 되자 손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들과 가진 만찬에서 먼저 의견을 물었고, 이에 일부 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손 대표가 이날 직접 경고 메시지를 내놓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검토하겠다”며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떤 정당 소속이든 보수의 혁신과 통합을 바라는 청년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나는 어디든지 가서 대화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징계를 받는 게 이 의원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추후 한국당에 입당하기 위해 일부러 해당 행위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의원을 선두로 보수 성향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에는 대체로 고개를 젓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이 의원은 사실상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며 “이 의원이 탈당이나 보수통합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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