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등급 ‘D’등급 판정을 받은 경북 경주경찰서 이전이 입지선정을 둘러싼 일부 시민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경주경찰서와 경주시 등은 직원 및 주민불편해소와 치안서비스 제고 등을 위해 수년 전부터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어렵게 선정한 예정부지가 경북도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은 뒤 새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주민반발에다 일부 정치권까지 가세해 앞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경주경찰서 등은 새 청사를 천북면 신당리 953 신당교차로와 용황택지개발지구 사이 부지에 짓기로 하고 지난 9월28일~10월10일 주민공람을 했다. 이어 이달 19일 시의회 간담회를 열어 추진과정을 설명하고 후속 행정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지역은 대로를 끼고 있고 경주시 전체로는 중심부에 가까워 민원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직원 출퇴근과 유사시 신속한 출동이 용이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경찰은 이미 설계비는 배정돼 있는 만큼 후보지만 확정되면 곧바로 설계와 부지매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주시는 이전 부지를 매입해 경찰에 넘겨준 뒤 기존 경주경찰서 부지를 넘겨받아 리모델링 등을 거친 뒤 경주문화원 시설관리공단 등 시청사 공간부족으로 흩어져 있는 부서를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3월 이전이 무산된 선도동 인접지역 주민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당초 이전 후보지로 선정됐다가 탈락한 선도동 주민 등으로 구성된 ‘경주경찰서 원안사수 비상대책위원회’ 100여 명은 지난 7일 김석기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천북면으로 이전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선도동으로 알고 있는 경주경찰서 이전부지가 갑가지 천북면이라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며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하 원안대로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임 시장 때 시의회를 통과해 결정한 사안을 후임 시장이 변경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시장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지역 지방의원들도 가세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경주시는 비대위 주장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선도동 이전이 무산된 것은 전임시장 재임시절인 지난 3월 경북도에 농지전용허가를 협의하는 과정에 ‘우량농지 잠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부결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 시장은 물론 전임시장도 고의로 무산시킨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는 경찰이 제시한 후보지와 주민들이 추천한 7곳 등 10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재검토한 뒤 2, 3개 부지로 압축해 경찰에 넘긴 결과 천북면을 희망함에 따라 주민공람 등 후속절차에 돌입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내부에선 “주민들이 추천한 후보지는 기반시설이 열악한데다 특히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시민 접근성과 출동 편의성, 치안유지 등의 측면에서 부적합한 곳”이라며 “이전 주목적이 치안서비스 제고인데 특정 지역 때문에 다른 경주시민들의 편익을 외면할 수 없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건물이 안전진단 결과 D(미흡ㆍ재난위험시설)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지진 이후 내진보강공가를 거친 만큼 당장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건물이 낡고 협소해 이전이 시급하며, 부지만 확정되면 이미 배정된 예산으로 설계를 시작하고 부지매입비 등은 새로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경찰서 이전부지 선정이 꼬이게 된 것은 경주시가 과도하게 개입한 것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지역 원로는 “경찰서 이전은 국가에 맡기고, 시는 행정지원만 했으면 될 일을 직접 후보지 선정까지 나서는 바람에 불필요한 민원을 일으켰다”고 꼬집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경찰서 내부에서 태스크포스 심의 및 자문위원회 의견수렴을 거쳐 시에 통보하면 시는 공유재산심의위원회를 거쳐 의회에 넘겨 최종심의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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