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한 이른바 ‘유치원 3법’의 연내 국회 통과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사립유치원 회계관리시스템 사용 의무화, 유치원 설립자의 원장 겸직 금지,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 포함 등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전방위 로비전을 펼치면서 정치권이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별도 법안을 내겠다며 논의를 미루려 하고 있고, ‘유치원 3법’을 당론으로 정한 민주당 일각에서도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유총은 최근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게 ‘유치원 3법 수정요구안’이라는 공문을 보내 설득 작업에 나섰다. “유치원이 정치적 영향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으며, 유치원 3법은 헌법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해 사립유치원의 존립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사립유치원은 현행 법에 따라 ‘사립학교’로 분류돼 있고,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는 만큼 회계감사가 불가피한데도 엉뚱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을 때는 ‘공교육 기관’을 주장하고, 회계 감사 때는 ‘사유재산’을 강조하는 셈이다. 여론의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문제는 정치권의 태도다. 사립유치원의 폐해에 대한 민심의 매서운 질책을 감안하면 여야가 합심해 당장이라도 법안을 통과시키고도 남을 법한데 국회의 기류는 반대로 흐르는 분위기다. 특히 “제대로 된 사립유치원법을 만들기 위해 각계각층의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끄는 자유한국당의 무책임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러니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눈치를 본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학부모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직접 의원들에게 “자신들이 대변하는 자가 사립유치원인지 국민인지 분명히 하라”며 최후통첩을 하며 압박에 나섰다. 의원들을 모니터링해 한유총을 비호하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오죽 답답하면 이런 방법까지 동원하겠나 싶다. 국회가 이번에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시민들이 국회를 심판하러 나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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