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 산업디자인학과 장은서씨, 대학창의발명대회서 대통령상
“소비자 입장에서 거꾸로 생각해보면 편리한 길이 보여요.”
최고의 대학생 발명품을 뽑는 ‘2018대학창의발명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장은서(22·청주대 산업디자인학과4)씨는 주위에서 ‘아뱅’이라 불린다. 아이디어 뱅크의 줄임 말로, 기발한 착상이 많은 그에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9일 대학 강의실에서 만난 장씨는 손에 작은 수첩을 꼭 쥐고 있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장소가 어디든 메모부터 해요. 머릿속에 뭔가 번뜩 스칠 때 그 순간을 잡아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길을 걷다가도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다가도 참신한 생각이 떠오르면 그는 곧 바로 펜을 잡니다. 일단 떠오른 아이디어는 대충 스케치하듯 밑그림을 그린 뒤 계속 다듬어간다. 모양이 정리되면 큰 스케치북에 다시 그리고 컴퓨터를 활용해 섬세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관련 자료 조사와 분석도 병행한다. 이런 그의 습관은 산업디자이너 꿈을 키우던 중학생 시절부터 이어온 일상이다.
발명 아이디어는 대개 생활 속에서 찾는 편이다. 생활 용품을 사용하다가 불편한 점을 느끼면 바로 메모하고 개선점을 찾아가는 식이다.
올해 대통령상 수상작인 ‘회전하는 인덕션’ 발명도 이렇게 탄생했다. 장씨는 주방 가열기구인 인덕션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앞뒤 두 개 화구를 동시에 쓸 때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님을 깨달았다. “앞쪽 화구에서 뜨거운 김이 나오거나 기름이 튈 때면 뒤쪽 화구 사용이 쉽지 않고 자칫 화상을 입을 수도 있어요.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은 앉은 상태에서 요리를 하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더 불편하다는 판단이 들었죠.”
해결책을 궁리하던 그는 “화구가 자유롭게 움직이면 될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에 이르렀다. 자동으로 화구를 움직여 앞뒤 구분을 없애면 더 편하고 안전하게 요리할 수 있다는 착상이었다. 문제는 화구를 이동시키는 기술. 장씨는 화구판 아래에 회전식 톱니바퀴를 달고 조작판과 연결해 화구를 회전시키는 방식을 고안해냈다.
이 아이디어는 총 4,959점의 발명 아이디어가 출품된 이번 대회에서 문제인식, 구조·작동 메카니즘, 실현가능성 등 심사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고상을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은 “실생활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잘 파악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장씨가 가장 관심 있는 발명 분야는 가전 제품이다. 그래서 그는 새 전자상품이 나오면 매장을 찾아 기존 제품의 어떤 부분을 개선했는지 꼼꼼히 살핀다. 지금까지 그가 개발한 아이디어 20여 가지도 거의 대부분이 가전 분야다. 이 가운데 ‘사용자 몸에 닿지 않게 위아래로 여닫는 전기오븐’ ‘1인 가구를 위한 정수기·가습기 일체형 제품’ 등이 특히 애착이 간다고 한다. 요즘엔 커피메이커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졸업반인 장씨는 사회에 진출하든 학업을 계속하든 아이디어 발굴은 계속 이어갈 참이다.
“발명 아이디어는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해마다 수 많은 발명품이 쏟아지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엔 불편하고 불안전한 것 투성이잖아요. 편하고 안전한 세상 만들기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더 열심히 아이디어를 찾겠습니다.”
청주=글ㆍ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