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테러 피해 은신중 써
히틀러 집권 10여년 전 유대인 대상 테러로 모처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독일 극우주의와 반유대주의를 걱정하며 여동생에게 쓴 손 편지가 공개됐다.
11일 AP통신에 따르면 독일 태생의 유대인 이론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나치의 부상과 독일의 미래를 걱정하며 1922년 8월 여동생 마야에게 쓴 손 편지가 다음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아인슈타인은 편지에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암흑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쳐 나올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모두 내가 여행 중으로만 알고, 누구도 내가 이곳에 있는지 모른다”며 “나를 걱정하지 말라. 독일 동료들이 반유대주의적이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고 적었다.
이 편지는 발신인 주소가 적혀 있지 않지만 독일 북부 항구도시 킬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인슈타인은 당시 친구이자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외무장관을 지낸 발터 라테나우가 극우 반유대주의자들에 의해 암살되자 경찰로부터 “신변이 위험하다”는 경고를 받고 베를린을 떠나 독일 북부로 피신했다.
반유대주의가 부상하는 것을 우려한 아인슈타인의 편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경매회사 ‘케뎀’의 머런 에런 공동대표는 나치 첫 쿠데타로 기록되는 1923년 ‘뮌헨 맥주홀 폭동’ 1년 전 이 편지가 작성됐다며 “나치 테러가 시작되기 전 아인슈타인 머리와 가슴에 맴돌던 그의 생각을 보여준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수집가에 의해 공개된 이 편지는 1만2,000달러(약 1,300만원) 수준에서 낙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독일과 스위스 등을 오가며 활동하다가 1933년 나치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1955년 사망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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