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3, 14일쯤 예상… 중립성향 나경원 출마 의지
비박계선 강석호ㆍ김학용 등 물망 “교통정리 될 듯”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 사령탑을 뽑는 원내대표 경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물밑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는 내년 초 선출될 신임 당 대표와 함께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2020년 총선 승리의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어깨가 무겁다. 초반 판세는 범(凡)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후보들 간 눈치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단일화와 친박 결집 여부 등이 주요 변수로 예상되고 있다.
11일 한국당 안팎에 따르면 내달 13, 14일쯤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출마 거론 후보군의 우군 확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3선의 강석호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여 전투력은 당연한 것이고, 이제까지 잘 드러나지 않은 훌륭한 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화합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의원들께 호소하고 있다”며 출마를 기정사실화 했다. 중립성향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4선의 나경원 의원도 “많은 분들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나 의원 측은 출마를 긍정적으로 고민중이며 친박과 비박의 ‘화합형 후보’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비박계인 3선의 김학용 의원과 김영우 의원 역시 출사표를 내기로 결심하고 우군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4선의 유기준 의원의 출마가 확실시된다.
당 안팎에서는 남은 한달 간 판도를 뒤흔들 최대 변수로 후보 단일화 여부를 꼽고 있다. 비박계에서 강 의원과 김학용, 김영우 의원이 뛰고 있는 상태라, 어떻게든 한 후보로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각 후보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누구의 손을 잡는지도 변수다. 강 의원의 경우 일찌감치 대전동구를 지역구로 둔 재선의 이장우 의원에게 정책위의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후보들도 계파와 지역 안배에 중점을 두고 함께 뛸 인사들을 찾고 있다. 반면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권 3년차를 맞아 가장 치열하게 싸워야 할 원내 지도부이기 때문에 지역이나 선수 안배보다는 정책 정당으로서 면모를 갖추는 데 적합한 분을 모실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계파 전쟁’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원래 ‘여왕벌’을 중심으로 뭉치는 기류가 강했는데 이번엔 조용한 편”이라며 “20대 국회 후반기인 만큼 의원들 면면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것“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차기 원내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에 2020년 총선 승패가 달려있는 만큼 지금은 계파보다는 능력을 따져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앞서 친박 성향의 초ㆍ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ㆍ전진’도 지난 7일 특정 계파 색이 짙지 않으면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당을 운영할 인사를 차기 원내대표 기준으로 정했다.
그러나 친박의 막판 결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친박 진영이 친박 대표후보를 직접 밀거나, 상대적으로 친박 색채가 약한 중립 후보쪽으로 세를 결집할 경우 파괴력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부 친박 성향 의원들 사이에선 내년 2월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갖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친박이 결집할 경우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계파 갈등이 다시 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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