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내년 관련예산 93억 편성
외교 업무와 해외국민 보호 기지 역할을 하는 재외공관들의 노후화 및 안전상태가 심각함에도 보수 사업의 진척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외교부 계획상 리모델링이 필요한 72개 공관을 보수하려면 빨라도 2035년에야 가능한 것으로 추산돼 안일한 구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재외공관 리모델링 사업 예산으로는 93억5,000여만원이 편성됐다. 전년도인 올해(70억4,700만원)보다 약 23억여원 오른 금액이다. 재외공관 리모델링 사업은 2016년부터 매년 공관 10여곳을 대상으로 시행돼 왔다. 내년도 계획에는 호주와 영국, 캐나다, 가봉 등 기존에 보수 중이던 8개 공관과 더불어 신규 리모델링 대상인 리비아, 이탈리아 청사에 대한 사업비가 포함됐다.
문제는 예산안에 포함된 재외공관 외에도 노후화, 시설안전 등 문제로 리모델링 수요가 신고된 공관이 72개동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중 리모델링이 시급한 것으로 분류된 공관만 15곳이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총영사관의 경우 목조 부속건물이 흰개미 피해를 입어 전체 보수가 필요하며, 연 관광객 및 현지 동포 규모가 31만명을 상회함에도 민원실 면적이 20㎡에 불과한 상태다. 파키스탄 대사관 관저는 준공 이래 창문틀이 교체되지 않아 대부분의 창문이 잠기지 않는데다, 캐나다 벤쿠버 총영사관 관저는 노후화로 건물 전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본 후쿠오카(福岡) 총영사관 관저에는 혐한 시위대의 위협에 대비한 외부 감시장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신규 리모델링 대상으로 공관 두 곳만 선정되자, 오히려 국회 측에서 외교부에 “리모델링 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촉구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외통위는 외교부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매년 현행 수준으로 재외공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다는 가정 하에 현재 파악된 리모델링 수요를 모두 해소하려면 (현 사업이 끝나는) 2020년 이후 15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사업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적시했다.
외교부는 다른 핵심 외교사업과의 우선순위 상 공관 리모델링 사업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매년 보수가 시급한 공관을 중심으로 15~20곳 리모델링을 추진하지만 예산 교섭 과정에서 우선순위에 따라 10개동으로 추려지는 것”이라며 “공관 정비보다 중요한 사업이 많다 보니 예산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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