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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엔 ‘밉상’, 우리에겐 ‘보물’인 김성현과 오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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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엔 ‘밉상’, 우리에겐 ‘보물’인 김성현과 오재원

입력
2018.11.11 17:07
수정
2018.11.11 19:09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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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성현(왼쪽), 두산 오재원. 연합뉴스
SK 김성현(왼쪽), 두산 오재원. 연합뉴스

SK 유격수 김성현(31)과 두산 내야수 오재원(33)은 상대 팀 입장에서 ‘호감형 선수’는 아니다. 실제 지나치거나, 과한 행동으로 야구팬들의 야유를 받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소속 팀에서 이들의 존재는 ‘보물’과 같다. 행동 하나로 선수단을 결속시킬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손으로 큰일을 해낼 때가 종종 있다.

김성현은 SK 팬들 사이에서도 애증의 대상이었다. 실책이 잦은데, 꼭 패배와 직결되는 ‘클러치 실책’을 저지른다. 특히 2015년 넥센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당시 연장 11회말 평범한 내야 뜬 공을 놓치는 끝내기 실책으로 공분을 샀다. 그는 이후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유격수로 복귀했고,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다. 넥센과 플레이오프 2차전 때는 상대 외국인 선수 제리 샌즈에게 손가락 욕을 했다가 KBO(한국야구위원회) 경고 처분을 받았고, 원정으로 치러진 3차전에선 넥센 팬들의 야유를 들었다. 팀 동료들은 김성현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면서도 ‘샌즈가 2루수 강승호에게 거친 슬라이딩을 하고, 욕도 했다’는 주장을 했다.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계속된 시리즈는 결국 SK가 승리했고, 선수단은 더욱더 단단해졌다.

다시 한번 악몽으로 끝날 수 있는 김성현의 ‘가을 야구’는 10일 두산과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환희로 바뀌었다. 0-1로 끌려가던 7회말 1사 2루에서 두산 선발 세스 후랭코프를 무너트리는 동점 2루타를 날렸다. 상대 수비의 중계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을 때 3루까지 달렸고, 후속 타자 김강민의 외야 희생 플라이로 김성현은 결승 득점까지 올려 5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김성현은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나쁜 쪽으로는 이슈가 많이 됐지만, 좋은 쪽으로 관심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팀에 잘하는 선수들이 많으니까 욕심을 내기보다는 ‘오늘도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7회말 2루타를 친 다음 2루를 밟지 않고 3루를 갔다는 ‘누의 공과’ 논란에 대해선 “또 논란”이라며 “발에 베이스가 닿는 느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세가 오른 김성현과 달리 두산의 파이팅 넘치는 주장 오재원은 아직 잠잠하다. 1차전에 2안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을 뿐 총 5경기에서 타율 0.235(17타수 4안타) 1타점으로 부진했다. 5차전에선 억울한 일도 당했다. 1-0으로 앞선 4회초 2사 3루에서 자신의 타석 때 SK 선발 박종훈의 보크를 주장했지만, 주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린 두산으로선 2015년 프리미어 12 일본과 준결승에서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하는 안타를 치고 나가며 포효했던 ‘오열사(오재원+열사)’ 같은 모습이 필요하다.

한편, 12일 잠실에서 열릴 6차전 선발 투수로 두산은 이용찬, SK는 메릴 켈리를 예고했다. 3차전에 이은 선발 리턴 매치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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