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악천후 핑계 미군 묘지 방문 취소
마크롱과 회담서도 불편한 기색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서슴없이 드러냈다. 미군 묘지 참배 일정을 돌연 취소한데다, ‘브로맨스’를 과시하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드러내놓고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악천후 탓에 1차 세계대전 당시 벨로 숲 전투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들이 묻힌 엔 마른 미군 묘지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기상 문제로 참석이 취소됐으며, 대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기상 문제를 불참 이유로 들었지만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다른 나라 정상들은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파리 외곽 장소에서 각국의 전사자 추모 일정을 소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이던 벤 로즈는 WP에 “비가 올 때를 대비한 선택지를 항상 마련하게 돼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위해 싸우다 죽은 사람들을 기리는 대신 방을 택했다”며 “그는 미군을 정치적 쇼에서만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결국 민주당의 하원 장악,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경질 후 충성파 대행 기용 논란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불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들로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와 집중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몸은 프랑스에 있지만 시큰둥해 보였다”고 전했다.
불편한 심기는 마크롱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양자 회담 직전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허벅지를 쓰다듬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했다. 과거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스킨십을 보여주며 친밀함을 과시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로 “마크롱 대통령이 미국, 중국, 러시아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유럽군을 창설하겠다고 했는데, 아주 모욕적”이라며 “유럽은 먼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분담금부터 공평하게 내야 할 것”이라며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