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과열 양상을 띠며 10년 만에 가장 높은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던 서울 주택 시장이 정부가 내놓은 9ㆍ13 대책 이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이 ‘반토막’ 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1억원 이상 낮춘 급매물도 속속 나오고 있다.
1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10월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작년 말보다 6.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 상승률도 2008년(11.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울 집값은 7월부터 상승폭이 확대돼 9월엔 전월보다 1.2%나 올랐다. 9ㆍ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며 주춤했지만 10월에도 상승률이 0.6%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서울 주택시장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들어 8일까지 서울 지역에서 거래 신고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1,306건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163.3건이다. 이는 일평균 330.9건(총 1만259건)이 거래된 지난달보다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이다. 이달 거래량은 8ㆍ2 대책 여파로 거래 감소세를 보인 지난해 11월 거래량(일평균 213.5건, 총 6,404건)보다도 23.5%나 적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정부 규제의 타깃이 된 강남권의 거래 감소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하루 평균 19.0건이 거래됐던 강동구는 이달 67.8% 급감한 6.1건에 그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송파구도 같은 기간 27.1건에서 10.0건으로 63.1% 감소했고, 강남구도 57.8%나 줄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3,500여곳을 상대로 주택 거래의 활발함을 설문 조사해 수치화한 매매거래지수도 거래 절벽 현상이 확인된다. KB부동산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5일 기준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4.0으로, 2013년 8월12일(3.2)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매매거래지수는 100이 기준선으로 이를 초과하면 거래가 활발, 미만일 경우에는 한산하다는 의미다. 앞서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8월 27일 65.7까지 올라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9ㆍ13 대책이 발표되면서 유주택자의 대출 길이 막혔고 주택 거래도 뜸해지면서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9월 3일 61.5에서 17일 22.0, 10월 8일 9.8로 보름을 넘길 때마다 반토막이 났다.
이처럼 주택 거래량이 줄면서 집을 파는 사람의 입지도 좁아졌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5일 67.2로, 정점을 찍었던 9월 3일의 171.6에서 급전직하했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우열을 따지는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넘기면 시장에 매수자가 상대적으로 많음을, 100 이하면 그 반대를 뜻한다. 매수자가 많으면 매도자가 부르는 대로 집값이 형성되는 경향이 강해지며 매도자가 많으면 급매물이 출현한다.
실제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종전 거래가보다 몸값을 1억원 이상 낮춘 급매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매수자는 더 떨어지길 기다리며 꿈쩍도 안 하는 실정이다. 지난 9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의 경우 1억5,000만원 가량이 내린 가격인 17억원 매물이 등장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5단지는 9월 19억1,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엔 17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성동구 옥수동의 어울림 더리버도 9월 1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고층 매물 호가는 12억5,000만원이다.
전문가들은 공급과 대출, 세금을 아우르는 9ㆍ13대책이 이상 과열된 서울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세 하락장’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매도호가가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며 “당분간 거래 없는 소강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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